-‘경찰청의 시위현장 체포 전담반 운용’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

경찰청은 15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으로 구성된 체포 전담반을 신설·운용하겠다”며, 과격시위자에 대해 해산 수준을 넘어 추격·검거하는 역할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외국 텔레비전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한국의 불법 폭력시위 모습이 비치면 국가적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준다”며 경찰을 격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청의 이런 방침에 대해 과거 군사독재시절 사복 체포조인 ‘백골단’의 부활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불필요한 강경대응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사회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폴리스라인을 넘는 시위대 전원연행’, ‘5만V 전기충격기 사용’을 검토하는 한편, 이청수 경찰청장은 “불법시위 단순 참가도 훈방 대신 즉심에 회부”하겠다고 하는 등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쏟아내고 있다. 경찰청뿐만 아니라 노동부도 13일 업무보고에서 지방노동청마다 노동조합의 불법행동 의법조처를 위한 ‘불법행위 대응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대응은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사회적 현안과 이로 인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미FTA 비준, 비정규직 법안, 한반도 대운하, 부동산세 인하 등 현안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반대 세력을 물리력을 동원해서 ‘손쉽게’ 제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더군다나 경찰청은 불법·폭력시위가 2001년 215(1.64%)건에서 2007년 64(0.54%)건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어 이번 방침은 자신들의 조사 결과와 맞지 않는 정책이다.

그런데도 일부 신문을 제외하고는 이번 사안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한겨레신문이 17일 1면 머리에 <‘백골단’ 부활…5공식 진압 회귀하나>라는 기사를 싣고 경찰청 방침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고, 서울신문이 18일 사설에서 “경찰의 강경일변도 시위 대책이 더 큰 사회적 갈등을 불러오지 않을까 정말 걱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낸 정도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17일 2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지만 경찰청의 방침을 무비판적으로 나열하는데 그쳤다. 19일에도 이를 다룬 기사를 찾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틈만 나면 ‘실용’을 내세운다. 그러나 경찰청의 ‘체포전담반’ 신설을 비롯한 강경 대응 방침은 ‘실용’과는 거리가 멀다. 강경한 대응이 시위 문화를 바꾸기는커녕 갈등을 키우고 안타까운 희생만 불러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수없이 확인해 왔다. 정부 여당이 시위문화를 ‘실용적’으로 개선하려면 강경대응이 아니라 설득과 중재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실효 없이 부작용만 낳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까지 초래할 일을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

언론들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구시대적 발상과 정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할 것이다. ‘자기 사람’들만으로 주변을 채우고, 공영방송까지 국정에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쯤으로 여기는 정부 여당의 정책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견제 없는 정부’의 가혹한 대가를 다시 한 번 치러야 한다.

2008년 3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