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수신료 회계분리가 현실적으로 구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국회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KBS의 재원이 수신료·광고매출·프로그램 판매 매출 등으로 혼재돼 있는 상황에서 수입은 회계 구분이 가능하지만, 지출은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안 내용 중 TV 수신료 회계분리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두 법안은 TV 수신료 회계를 다른 재원과 별도로 분리해 구분 회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법안소위에서 허은아 의원은 "KBS가 계속해서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서 나온 법안"이라며 "정작 수신료 회계가 분리되어 작성되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를 알 수 없어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KBS사옥 (KBS)

과방위 여야는 공영방송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수신료 회계분리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민주당측에서 제기됐다. 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수입 구조, 들어오는 돈은 회계를 분리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출은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비용을 지출했을 때 그 뉴스가 광고 재원에서 나왔는지, 수신료 재원에서 나왔는지를 현실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지출 면에서 회계분리한다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다른 방송사들이 제한된 광고시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이런 부분에서 KBS 수신료 인상이 나왔다"며 "(수신료 회계분리는)광고로만 할 것인가 수신료로만 할 것인가의 문제가 결정되었을 때 같이 논의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KBS 재원은 기본적으로 수신료, 광고료, 콘텐츠 판매료로 구성돼 있다. 통합적으로 지출이 되는 상황에서 지출을 분리해서 본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수신료를 인상시켜 KBS가 공적으로 재원을 활용할 때 비로소 필요한 부분들이다. 보류가 제 의견"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 일본 NHK 등 해외 대표적 공영방송들은 수신료를 분리회계하고 있다. 하지만 수신료가 차지하는 재원 비율 등에서 KBS와 이들 방송사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NHK 재원은 수신료 96%, 기타 공적재원 4%로 이뤄져 있다. 수신료 수입과 지출이 회계관리의 거의 전부인 셈이기 때문에 회계를 통한 공적책무 이행여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반면 KBS의 경우 전체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은 약 45%로 상업재원이 혼재돼 있다. 통합 지출의 회계를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 수신료를 사용할 수 있는 공적프로그램의 장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KBS 1TV와 2TV에 사용되는 지출을 엄격히 분리할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법안소위원장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수신료가 명확하게 어떤 부분에 쓰이는 것을 알기 위해서 또 앞으로 수신료 인상의 어떤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분리해야 된다는 논의를 계속해왔다"면서 "오늘 결론을 내지는 않겠지만 수신료 회계분리를 해야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분리회계는 수신료 인상에 대한 대안적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수신료 인상에 대해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KBS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냐'는 허은아 의원 질의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수신료인지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재원확대 필요성은 인정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KBS 수신료 인상안은 KBS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는 것"(허은아 의원), "시청률과 광고가 반토막이 났는데 수신료만 탓한다"(박성중 의원), "친정권 성향인데 국민이 KBS 수신료 인상을 받아들이겠냐"(박대출 의원)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방통위 역시 수신료 회계분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분리회계법의 우선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수신료산정위원회' 설치 등 제도개선 추진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으로, 국민의힘과는 접근이 다르다.

한편, KBS는 수신료 회계분리에 대해 "운영 효율 극대화를 위해 재원과 조직을 통합 관리 중인 실정을 감안하면 인위적 회계분리는 관리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KBS는 "개정안과 같이 공영방송이 매년 수신료의 집행 내역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해외 공영방송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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