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연합뉴스 중징계 논란과 관련해 직원 A씨에 대한 징계를 취소할 것을 결정했다. A씨는 연합뉴스로부터 내부고발에 따른 보복성 중징계를 당했다고 호소해왔다.

권익위 제2분과위원회(위원장 이건리 부위원장)는 지난달 22일 연합뉴스에 A씨에 대한 '정직 9개월' 징계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권익위는 정직 기간동안의 급여를 A씨에게 지급하고, 향후 A씨에게 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지 말 것을 연합뉴스에 요구했다.

권익위는 결정문에서 "A씨에 대한 징계 정직 9개월은 부패행위 신고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며, 신고가 없었더라도 A씨에 징계 처분을 할 만한 별도의 사정, 즉 정직 9개월에 이를 정도의 다른 객관적인 징계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결론냈다.

권익위는 A씨의 부패신고와 정직 9개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의 주장과 제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내부신고 등이 정직 9개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우므로 A씨는 이 사건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스)

A씨는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 연합뉴스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가 '정직 9개월' 중징계로 대응했다고 호소해왔다. A씨는 해당 사업의 문제점으로 ▲개발 시스템 일부 기능 누락 ▲단종기기 납품에 따른 저장장치 용량증설 불가 ▲일부 사업 솔루션 방치 등을 지적했으며 연합뉴스 공식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내게시판에 해당 사업의 문제점과 연합뉴스 자체 감사보고서를 게재했다.

실제 연합뉴스 감사팀이 2018년 11월 내놓은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사업 심층감사 보고서'에는 사업연도별로 진행된 각 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나 있었다. 연합뉴스는 정부 보조금이 투여된 사업에서 필요없는 고사양의 소프트웨어를 고가에 사들이거나, 반대로 부실 장비를 계약하거나, 단종 예정 장비를 구매하거나, 계약 납품업체를 검증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일들을 반복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2년~2016년까지 진행된 해당 사업의 규모는 총 180억원이다. 이 중 120억원은 문체부가 부담했다.

연합뉴스측은 A씨가 직장질서 문란 등으로 인한 징계에 앙심을 품고 허위사실을 공론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는 자체 심층감사는 정기감사의 연장선일 뿐, A씨의 문제제기는 사내에 떠돌던 소문을 종합한 것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연합뉴스는 미디어융합 인프라구축 사업에서 일부 관리소홀 문제점이 드러났으나 조치를 전부 마쳤고, A씨에 대한 '정직 9개월'은 내부고발과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상 A씨의 신고가 '부패행위 신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는 A씨가 본인에 대한 인사조치를 무효화시키려는 의도에서 신고한 것이고, A씨는 이 사건 사업의 담당자도 아니므로 내부신고자에 해당하지 않아 부패행위 신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권익위는 "A씨는 본인에 대한 징계가 없었던 2018년에 사업에 대한 사내게시글을 작성했고, 권익위 신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주장하고 있어 인사조치를 무효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권익위는 "이 사건의 경우, 권익위 조사 결과 행정적 조치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문체부에 송부해 현재 조사 진행 중인 사안이다. 연합뉴스 역시 자체적으로 진행한 이 사건 감사 결과 관리상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신고 내용이 모두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A씨는 이 사건 사업에 따라 구축된 장비를 테스트하고 사용하는 등 업무상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어 이 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누구든지' 부패행위를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는 A씨의 내부 신고와 '정직 9개월' 간의 인과관계, 즉 '보복성 중징계'를 사실상 인정했다. 권익위는 "연합뉴스는 부패방지권익위법의 '누구든지 신고자에게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해 A씨에 불이익조치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권익위는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이 A씨의 문제제기 사내게시글에 공감을 표하는 댓글을 달았고, 이후 심층감사가 진행된 점 ▲내용상 A씨의 문제제기가 연합뉴스 심층감사 결과와 대부분 일치해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점 ▲해당 사업에 문체부 예산이 투입돼 A씨의 신고를 공공기관 예산 사용에 대한 신고로 보아야 한다는 점 ▲A씨가 사내게시판에 감사보고서를 게재한 행위는 '외부 유출'로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사진=연합뉴스TV)

특히 권익위는 A씨의 감사보고서 내부 공개가 '업무상 기밀 누설'이라는 연합뉴스측 주장에 대해 "비공개 문서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측이 해당 감사보고서의 공개범위에 대한 사내규정을 제시하지 못했고, 연합뉴스측이 해당 보고서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감사보고서에 대한 연합뉴스 측의 우려가 드러난다. 2018년 12월 14일 연합뉴스 기획지원팀은 일부 임직원들에게 '감사보고서 공개 관련'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발송했다.

"금일 15시경 OOO 기획조정 부실장께서 감사보고서 공개와 관련된 우려를 아래와 같이 전달하셨습니다.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면 외부에 노출될 것이고 이게 경쟁사에 들어가거나 문체부 등에 알려지면 회사가 흔들릴 것이다.
-문체부 등 공조직에서는 이러한 건은 감사를 의뢰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회사가 흔들리고 향후 공적자금(구독비)에 영향을 미친다.
-감사의 결과가 어떻든간에 내부에서 마무리를 지어 외부유출이 없도록 해야한다. 이러한 우려를 실무부서에서 경영진에 보고를 해달라."

권익위는 "사내 메일을 보면 해당 간부는 이 사건 사업의 문제가 소관부처 문체부의 감사에 이를 수 있는 사안임을 인지했다"며 "감사보고서를 비공개한 사유는 경쟁사에 의한 보도 및 구독료 감소 등 감사보고서 공개 시 발생이 예상되는 문제와 문체부의 감사를 피하고 사업의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고 했다.

권익위는 "연합뉴스가 A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사내게시글을 삭제하도록 한 지시 역시 외부감사와 문제노출을 회피하기 위한 은폐행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며 "A씨가 이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했다.

또한 권익위는 해당 감사보고서가 '업무상 기밀'이라고 하더라도 부패방지권익위법상 '신고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는 직무상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규정에 의거, A씨의 사내게시글 작성은 '직무상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아울러 권익위는 A씨에 대한 징계사유들이 사실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 행위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직 9개월'에 이를 만큼 중대한 징계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권익위는 "신청인에게만 이 사건 징계 상세사례를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불공평하고 과도하여 '직장질서 문란·부서 내 불화 조성·업무지시 거부'라는 징계 사유는 정직 9개월을 구성하는 타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이번 권익위 결정에 대해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 지원된 국고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서 그 사용이 엄격해야 한다"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하며 저 역시 하루속히 회사에 복귀해 문제를 바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A씨는 "특정 평가자의 감정적 인사보복이 회사 인사평가 시스템으로 포장되고 실행되는 인사관련 시스템도 이번 계기로 재검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월 27일 A씨에 대한 '정직 9개월' 징계 처분이 '부당정직'이라고 판정했다. A씨는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통해 자신에 대한 연합뉴스의 정직처분을 취소하고, 징계기간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회사가 지급할 것을 요청했다. 서울지노위는 A씨에게 "심판위원회는 신청인의 구제신청을 인정하는 판정을 했다"고 통보했다. 문체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 연합뉴스 실사 등을 진행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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