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보준칙은 '피의사실공표' 방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하는 언론보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공수처 공보준칙을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만들겠다고 시사했다.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진욱 공수처장 초청 관훈포럼'에서 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은 "공수처는 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건가"라며 "법조기자는 배제할 건지, 조국 전 장관이 만든 형사사건수사공보준칙을 준용할 건지, 검경이 수사대상 사건을 이첩하면 공수처는 언론에 이 사실을 곧바로 브리핑 할 건지 아니면 국민 알권리는 뒤로 제껴놓을건지"라고 질문했다.

법무부가 지난 2019년 12월부터 개정·시행중인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은 포토라인 설치 제한, 검사·수사관의 언론 개별접촉 금지, 검찰 구두브리핑 금지, 공소장 비공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 각 검찰청에는 전문공보관, 공보담당자,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공개심의위원회'가 설치됐다. 이에 따라 공개심의위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수사내용이 공개되는 체계가 구성됐다. 언론계에서는 피의사실 유출 금지 등을 통한 피의자 인권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알권리·언론자유 침해, 검찰권력에 대한 감시 제한 등의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주최 포럼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김 처장은 "형사사건 공보준칙 이후 검찰에서 개혁과정으로 현재 시행중인 걸 봤는데, 검찰 자체도 상당부분 과거 관행과 달리 인권친화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저희도 결국은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처장은 "고위공직자이고 공인인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부분은 '접점'을 잘 찾아야 할 것 같다"며 "저희도 이 부분에 상당한 고심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훈령을 준용해 피의자 인권보호와 국민 알 권리라는 두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공보준칙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수처에는 아직 출입기자단이 꾸려지지 않았고, 대변인이 채용되지 않았다. 기자단 구성과 관련해 김 처장은 "출입기자단은 장단점이 있지만, 저희가 그것(기자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확정된 건 아니지만 저희도 출입기자단 구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고위공직자 연루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사건을 이첩받으면 곧바로 브리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 처장은 피의사실공표 우려를 표했다. 김 처장은 "바로 브리핑을 한다면 어떤 사건을 이첩받았고, 누구이고, 내용은 뭔지 얘기하게 된다. 내용을 얘기하지 않아도 질문이 들어오면 답변과정에서 피의사실공표가 되어버린다"며 "슬기롭게 해야할 것 같다. 저희가 적극적으로 공표하는 것과 소극적으로, 저희에게 물어왔을 때 오보나 추측기사에 대한 대응으로 확인해 드리는 건 다르다"고 밝혔다.

이날 김 처장은 검찰이 과잉수사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수사기관의 '공보'와 언론의 '중계식 보도'가 과잉수사의 한 부분이라는 문제의식을 밝히기도 했다.

한겨레 이주현 정치부장은 "공수처 탄생 배경을 보면 검찰의 과도한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공수처 출범을 지지하는 입장에선,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검찰이 과잉수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과거 수사를 비롯, 윤석열 총장 취임 이후 검찰수사가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 처장은 "과거의 검찰수사를 평가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 "다만, 언론인 분들이 계시니 드리고 싶은 말씀 중 하나는 '공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의 경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다. 이전에 보면 수사상황을 매일 브리핑하고, '누구를 소환했다' 이런 것들이 매일 언론을 장식했다"며 "'과도한 수사'라는 문제제기에 대한 상당부분은 이런 보도로 야기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처장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헌법재판소는 무죄추정권으로 기본권을 인정하고 있다. 기소 전 수사단계에서 수사상황이 속보로 보도가 되고 구체적인 피의사실이 보도된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여러분, 언론인, 수사당국이 어느정도 합의를 해 어느 선에서 보도를 한다 안한다 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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