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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 그물망, 그물망에 갇힌 시청자[기고]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 승인 2021.02.26 11:45

[미디어스=윤여진 칼럼] 미디어의 상업성, 특히 방송에서 프로그램과 광고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얘기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10년 전 드라마를 보면 지금의 드라마와 확연히 다르다. 협찬 장소에 로고가 드러나지 않고, 화장품, 건강식품 등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 드라마 대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오히려 낯설다. 시청자의 시청권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면 방송광고 수익이 낮아지는 방송 제작 환경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방송사와 규제당국에 더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수많은 시간들 때문일 것이다.

작년 여름 나라살림연구소 예산 공부모임에서 만난 뉴스타파의 김 기자와 기사형 광고, 정부 지원 광고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대화를 나누면서 “광고의 그물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알 권리를 중심으로 언론과 방송을 바라보았다면 미디어 상업성 문제에 초점을 두고 시청자 권리, 시민의 권리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는 것에 생각을 모았다. 그리고 10월부터 방송 프로그램과 홈쇼핑과의 연계 편성 문제, 간접광고와 협찬고지 문제 등 교양 프로그램과 드라마,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서울대 자원활동가로 참여한 11명의 학생 중 5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꼼꼼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첫 모임에서 방송 프로그램에서 간접광고와 협찬이 이미 너무 익숙해졌다는 얘기와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을 통한 상품 구매 방식에 미디어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었다. 정보를 얻는 도구로서의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얘기 그러나 광고와 프로그램이 구분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미디어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전달되는 것은 문제라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또 한편으로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누었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모니터링을 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교양 프로그램과 홈쇼핑의 건강기능식품과의 연계 문제였다. 프로그램에는 전문가들이 건강 정보를 전달하고, 다른 홈 채널에서 판매되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패턴이다. 주 시청층이 건강에 관심이 많은 고령자들이고, 실제 소비자보호원에 홈쇼핑 구매 상품에 대한 민원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현행 방송법에는 이를 규제할 수 없다. 또한 간접광고와 협찬이 하나의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나와 오히려 직접광고를 보는 듯한 문제도 우리의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 되었다. 다행히(?)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에 협찬의 투명성을 높이는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태이다.

4개월 동안 진행된 ‘광고의 그물망’ 프로젝트는 2월 25일 토론회를 통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뉴스타파 라이브 방송을 통해 1만여 명의 시청자들과 함께했던 토론회에서 시청자 댓글 중 건강 정보 프로그램의 전문가 패널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토론자로 참석하신 오상우 교수는 건강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 관계자들이 프로그램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문제를 살피려는 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어찌 보면 이 문제는 법으로의 규제가 아닌 자율적인 방송 제작자들의 윤리와 자율심의 영역인데 그 책임감에서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불과 10년 전에 비해 방송 제작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고, 방송의 재원구조도 어렵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프로그램과 광고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 허용되었던 것 같다. 감시 기능이 무뎌진다면 그 조금씩이 얼마만큼 더 허용될지 아무도 모른다. 미디어 융합형으로 바뀌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방송법이 개정되어야 하고, 규제 기관(방송통신위원회)과 진흥기관(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협업도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시청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섬세하게 또는 단호하고 담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894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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