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1일과 15일,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아랍에미리트(UAE), 레바논과의 중동 원정 경기에 나설 조광래호 축구대표팀 23명 명단이 27일 오전 발표됐습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박주영(아스널), 지동원(선덜랜드), 기성용(셀틱) 등 해외파 12명과 이용래(수원), 홍정호(제주) 등 국내파 11명으로 구성된 국가대표 명단을 확정했습니다.

이 명단을 발표하면서 조광래 감독은 "앞으로 선수 개인적인 문제나 큰 부상을 당하는 경우, 또는 정말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없으면 이 멤버를 그대로 유지하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표팀을 운영하겠다"고 말하며 향후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한 포부도 밝혔습니다. 가능한 실험보다는 안정적인 팀 운영을 하겠다고 직접적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이는 기존 경쟁 체제를 꾸준하게 가져 팀을 구성해 나가는 것과는 다소 배치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조직력 강화 우선' 팀 운영

▲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
조광래 감독의 이 같은 선언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며, 어느 정도 일리도 있습니다. 우선 조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가 완전하게 이식되려면 잦은 엔트리 교체, 실험보다 정해진 구성원 안에서 팀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광래 감독의 축구는 기본적으로 '만화 축구'로 불릴 정도로 한국 축구대표팀 전체의 틀을 깨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빠른 전진 패스, 기민한 움직임, 높은 점유율과 효율적인 압박 플레이, 여기에 높은 골결정력까지 모든 부분이 선진 축구를 지향합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뜯어고치고 새롭게 변화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지만 올해 초 아시안컵 이후 본격적인 리빌딩 작업이 펼쳐지면서 지금껏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새로운 축구를 다듬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분별한 실험보다는 일단 주축 선수들이 조 감독의 축구에 완전하게 적응하는 것이 전체적인 팀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단계별로 팀을 변화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조직력 강화 방안 카드를 내세운 것에 대해 이해할 만도 합니다.

최근 대표팀 경기를 통해 조광래 감독의 이 같은 마음가짐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몇몇 포지션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지만 별다른 뚜렷한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대표팀 경기, 자체 훈련 등을 통해 확인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갖고 꾸준하게 키우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이달 초 폴란드, 아랍에미리트전에서 실험했던 몇몇 선수들이 제 몫을 다 하지 못하자 가차 없이 내친 것을 보면 뚜렷하게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능성 있는 움직임이 발견됐던 선수는 이번 대표팀에도 명단에 들었습니다.

경쟁의식 저하, 과연 득일까 실일까

하지만 조직력 강화 우선의 팀 운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선 이번에 펼칠 예선 2연전 뿐 아니라 앞으로 팀 운영을 극단적인 실험 없이 안정형으로 가겠다고 한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 같은 운영이 어떻게 보면 일반 프로 클럽 팀과 유사하게 끌고 가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굳이 '일종의 벽'을 만들면서까지 대표팀을 운영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팀 내부적으로도 얼마 전부터 사실상 베스트11이 거의 동일한 상태에서 가동되고 있는데 '조직력 강화'라는 논리로 대표팀에 들어올 장벽마저 높여버린다면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 뿐 아니라 대표팀을 노리고 소속팀에서 피나게 활약했던 선수들의 동기 부여, 경쟁의식을 더욱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리 실력이 있다 해도 '일종의 벽' 때문에 대표팀에서 활약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 반복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열린 경쟁'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대표팀 선수들의 전체적인 동기 부여 부족, 무사안일한 정신력 해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걱정됩니다. 최종엔트리를 확정짓는 그 순간까지 치열한 경쟁의식을 심어줘 궁극적으로 팀 선수들의 경기력, 경쟁력 향상에도 영향을 줬던 뚜렷한 선례들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결정은 오히려 불안한 팀을 만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주전과 주전급으로 키울 만한 대안까지 갖췄다고 판단해 이번 엔트리를 발표한 것으로 보이지만 굳이 월드컵 3차예선부터 조직력 강화를 하는 것이 맞는지도 의문입니다. 통상 대표팀 운영은 선 경쟁-후 강화를 통해 이뤄졌고, 빠르면 월드컵 최종예선이나 본선을 앞두고 조직력 강화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중동팀들과의 힘든 싸움이 있다고 해도 3차예선 중반부터 조직력 강화를 먼저 꺼내든 것은 다소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측면 수비, 공격형 미드필더 등 몇몇 포지션이 아직 제대로 자리가 잡히지 않았는데도 특별한 선수 발굴 없이 1년 정도 멤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팀 운영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의문입니다.

조직력 강화-선수 발굴의 조화를 이루는 운영의 묘를 생각해보라

조직력 강화라는 기본 운영 틀은 나름대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확실한 경기력, 스타일을 보여야 하는 주전급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기존 대표팀 선수나 대표팀에 오를 만한 자격을 갖춘 선수 모두에게 경쟁의식을 불러 일으켜 지속적으로 발굴, 육성하는 작업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입니다. 조직력 강화와 선수 발굴, 경쟁의식 고취가 잘 어우러져 운영됐을 때 주전-비주전 차이 없이 '더블 스쿼드'급으로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더 빨리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주전-비주전-비대표팀 계층, 장벽을 만드는 것보다 열린 팀으로 모든 선수들이 동기 의식을 갖고 대표팀이라는 큰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갖춰야 합니다. 그것이 더 강한 팀으로 가는 길이 되고, 조광래 감독이 기존에 추구했던 방향이요, 초심이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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