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시아 축구는 동아시아와 중동(서아시아)으로 양분화돼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동남아시아가 몰락하고 사우디, 이란, 카타르 등의 중동이 떠오르면서 한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와 아시아 축구의 '두 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중동 축구에 대한 기대감은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팀 가운데 처음 월드컵 본선 16강에 올랐을 때는 중동 축구의 양질적인 상승세까지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중동 축구는 단 한 팀도 월드컵에 진출시키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1978년 이란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처음 이름을 올린 뒤 매 대회마다 1-2개 팀씩 본선에 이름을 올렸던 중동은 한국, 북한, 일본, 그리고 새롭게 아시아 축구 무대에 등장한 호주에 밀려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클럽 축구에서도 중동 클럽팀들은 한국 K리그, 일본 J리그에 밀려 2005년 이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단 한 팀도 우승팀을 배출시키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중동 축구가 세계무대에서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중동 축구는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별의별 '꼼수'로 동아시아 축구를 다시 넘어서려 하고 있습니다. 막강한 오일 달러를 앞세워 세계 축구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면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유치해 중동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맞닿아 있는 지리적인 특수성과 축구 확산의 기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앞세워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 그리고 시장의 끊임없는 관심을 샀습니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신경 쓰고 집착해서 상대적으로 동아시아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얕은 꼼수나 다름없습니다.

▲ 수원 삼성을 꺾고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카타르 알 사드 (사진: 김지한)
질 떨어트리는 '중동 축구 대표' 침대 축구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정당당한 실력이 아닌 교묘한 술책으로 경기력 면에서도 '동아시아를 앞서가고 있다'고 중동 축구 스스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입니다. 경기에서 상대팀에 앞서고 있거나 우위에 있을 때 틈만 나면 시간 지연행위를 펼치는 이 침대축구 때문에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클럽 축구, 국가대표 축구 어떤 것 할 것 없이 여전히 잔존해 있는 이 침대 축구 때문에 중동 내부에서는 즐기고 있을지 몰라도 아시아 축구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 같은 축구가 통하지 않는 시대임에도 승리에만 집착하는 중동 축구에서 이 시대착오적인 축구가 사라지기까지는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한 게 사실입니다.

이 침대축구는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부터 시작해 연중 내내 펼쳐졌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토너먼트 등에서도 계속 나타났습니다. 무조건 불리한 상황이 생기면 나타났던 시간 지연 행위, 침대 축구는 경기를 즐겼던 팬들의 눈살만 찌푸리게 했습니다. 물론 중동에서 열린 경기에서 중동 팀이 앞서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침대 축구가 실행되는 것에 대해 중동 축구팬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즐거워하는 반응을 자주 보였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기면 그만이라는 심리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7일 새벽에 열린 수원 삼성과 카타르 알 사드의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도 그랬습니다. 수원의 맹공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후반 막판에 갑자기 쓰러진 알 사드의 한 선수, 그리고 '다리에 쥐가 났다는' 알 사드 골키퍼의 행동에 맥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이 침대 축구를 펼친 끝에 알 사드는 결승에 올랐고 수원은 고개를 떨궜습니다. 지켜보는 사람들을 짜증나게 했는데 알사드 선수들, 그리고 팬들은 결승에 올랐다고 마냥 좋아하고 신나 했습니다.

"침대 축구도 하나의 전술"이라는 중동의 인식이 문제다

▲ FC 서울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경기중 드러누운 사우디 알이티하드 선수 (사진: 김지한)
2년 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FC 서울에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올랐던 카타르 움 살랄 감독은 당시 "침대 축구도 하나의 전술"이라는 식의 말을 해 빈축을 샀습니다. 자국 감독이든 외국인 감독이든 어떤 선수들이든지 간에 중동에 몸담고 있는 많은 축구인들의 개념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물론 이영표, 이정수 등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다행스럽습니다) 팬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축구로 팬들을 모으겠다는 생각 자체도 우스운데 이를 대놓고 전술로 여기고 실제 경기에 실행하는 고집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도 참 궁금할 뿐입니다. 경쟁력이 점점 퇴보하고 있는데도 굳이 이 축구를 고집하는 이유가 뭔지, 그들의 오랜 습관, 특성 탓인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동아시아를 넘어서 아시아 축구의 주류로 올라서려 하는 생각도 참 떳떳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벌써부터 걱정되는 카타르월드컵

이러한 중동 축구의 '근절되는 않는 침대 축구'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11년 후 열리는 카타르월드컵이 그 무대입니다. 여러 가지 논란 속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인 것도 있지만 이런 큰 무대에서 주인공 역할을 해야 하는 카타르가 '침대 축구'를 계속 보여준다면 중동 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 전체를 욕 먹이는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카타르나 사우디 등 중동 지역이 전체적으로 지난 남아공월드컵에 대한 반성을 계기로 젊은 선수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실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긍정할 만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선수 개인의 실력은 실력이고 팀플레이, 전술이 있어야 플레이가 가능한 축구에서 '전술 중에 하나'로 주장하는 침대 축구를 10년이 넘은 그때까지도 고집한다면 이는 중대한 실수이자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이는 카타르 뿐 아니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실력을 갖춘 다른 중동팀들 전체에도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굳이 아시아의 주도권을 가져오고 싶다면 그런 비겁한 꼼수로 넘어설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풍부한 자금과 인프라를 통해 축구인들의 마인드부터 기술, 전술적인 면에서 진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팀을 만들고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팀을 운영할 만한 능력을 갖추거나 축구 문화를 이끌어갈 만한 사람들이 자국이 아닌 유럽에 눈을 돌려 팀을 사들이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이기만 합니다. 더 이상 침대축구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에도 한계가 있고, 참 씁쓸하기만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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