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날부터 열흘간이나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네티즌 사이에서 여전히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도중 "지난달 25일 저녁 청와대에 들어왔는데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다시 작동하는 데에도 열흘이 걸렸고, 열흘이 지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업무 대부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업무 처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을 통해 전자결재로 처리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한 열흘간은 전자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때문에 대통령의 컴퓨터가 하루도 아닌 열흘 동안이나 먹통이 된 이유에 대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조선일보 3월 17일자
원인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노무현 청와대가 이지원 시스템을 초기화하고 업무파일을 모두 지웠는데, 이 과정에서 시스템이 손상됐거나, 새로 가동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전임 정권의 탓으로 돌렸다. 이는 전임 정권이 후임 정권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 주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 대해 네티즌들은 "인수를 제대로 못받은 후임 정권의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 전임 정권 탓으로 돌린 해명을 일축했다.

지난 1월 당선인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탁상행정의 예로 들었던 대불공단 전주에 대해 언급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만에 "전봇대를 철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던 것처럼 아주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숭례문 복원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성금 모금운동을 제안하자 인수위는 모금운동이 본격 추진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당선인 시절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인수위의 생각에는 대불공단의 전봇대보다 대통령 집무실 컴퓨터가 덜 중요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통령의 컴퓨터가 열흘간이나 먹통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러한 의문은 대통령 컴퓨터의 화면보호기 비밀번호가 대통령에게 전달이 안돼 생긴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풀릴 수 있었다. 대통령의 지적 이후 부속실에서 사용법과 비밀번호를 전달했고, 이후 컴퓨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든다. 화면보호기에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서 접속이 안되는 것과 시스템 자체의 오류를 구별 못할 정도로 컴맹은 아니냐는 의문이다. 십분 양보해서 컴맹은 아니라고 해도 컴퓨터를 얼마나 안쓰길래 물어만 봐도 알 수 있는 비밀번호 때문에 열흘간이나 그렇게 방치했느냐는 말이다.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1월 18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규제완화 계획을 세울 때 상반기 하반기 이런 식으로 세우는 것은 아날로그 방식"이라며 "매달 계획을 세우고 매주, 무슨 요일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타임 스케쥴을 짜는 것이 인터넷, 디지털 시대에 맞다"고 질타했다. 이랬던 대통령이 정작 비밀번호 때문에 열흘 간이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흔히들 우리는 IT강국이고,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는 디지털에 찾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치열한 국제 경쟁속에서 그런 기대나 희망이 현실화되려면 이 분야에 대한 전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그런 중요 정책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컴퓨터에 대한 이해도 및 활용도가 수준 이하라면 어떻게 될까.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이 혹시 이명박 정부의 디지털 마인드가 2MB의 저사양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에서 미디어를 다루고 있는 나는 네티즌이다. 매일 사이버 공간에 접속해 소통하고 있다, 고로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미디어에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PC와 휴대전화, MP3 등을 통해 수많은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 우리가 접속해 소통하고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미디어스 공간에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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