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은 웃고 한 팀은 고개를 떨궜습니다. 모두 결승에 오르기를 바랐던 꿈은 아쉽게 접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만큼은 분명했습니다. 경기력, 투지 모든 면에서 중동 팀들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끝나면서 2011년 패권을 다툴 팀이 정해졌습니다. 전북 현대는 '닥공(닥치고 공격, 공격 축구 지향)'을 앞세워 '아시아의 깡패'로 불리는 사우디 알 이티하드에 2-1 승리를 거두며 1,2차전 2연승, 합계 5-3으로 '셧아웃'시키며 화끈하게 결승에 올랐습니다. 반면 카타르 알 사드와 대결을 벌여 1차전에서 '어이없는 골'로 눈물을 흘렸던 수원은 2차전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1-0 승리에 만족해야 하면서 1,2차전 합계 1-2로 뒤지고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습니다. 결승에 오른 전북과 알 사드는 다음달 5일 저녁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게 됐습니다.

▲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잘 스타디움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사우디 알 이티하드의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전북 현대 에닝요가 전반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희비가 엇갈렸지만 두 팀 모두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2차전을 이겼습니다. 전북은 이동국이 빠졌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경기 내내 '닥공'을 추구하며 'K리그 킬러' 알 이티하드를 압도했습니다. 에닝요의 환상적인 플레이는 일품이었으며, 비록 다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골을 도둑맞았지만 타깃형 공격수 정성훈의 포스트 플레이도 빛났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4강 2차전에서 조성환, 로브렉이 경고 누적, 퇴장으로 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지만 시즌 내내 '더블 스쿼드'급 팀 운영을 했던 전북 입장에서는 크게 흔들림 없이 5년 만의 우승에 도전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수원 역시 알 사드를 맞아 경기 내내 우세한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전반 8분 만에 오장은이 멋진 발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탔고, 1골을 더 넣기 위해 염기훈, 하태균 등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알 사드 수비진을 공략했습니다.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대반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한 플레이 자체가 박수 받을 만했습니다. 비록 추가골을 터트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경기를 이겼고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 해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살리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 AFC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2차전 수원삼성 블루윙즈와 알사드 팀의 경기가 27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블루윙즈가 1-0으로 승리했으나 골득실 차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전반전 오장은 선수가 선취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K리그와 중동 축구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던 한 판이기도 했습니다. 결승에 오른 전북은 앞서 있는 상황에서도 이승현, 로브렉 등 공격 자원을 투입해 경기 내내 '닥공'을 보였습니다.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마당에 지키는 축구보다 전북 특유의 축구로 홈팬들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최강희 감독의 철학이 투영된 것이었습니다. 반면 알 사드는 자신들의 홈에서 철저히 지키는 축구를 구사했고, 경기 후반 막판에는 쓸데없이 넘어지고 드러눕는 '침대 축구'로 빈축을 샀습니다. 그런 축구를 구사한 뒤에 결승에 올랐다고 마냥 뛰고 좋아했던 알 사드를 보며 '아시아의 대표 자격'이 있는지 또 한 번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물론 결승에서 '닥공 전북'이 우승하면 그만이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정당당하고 스타일 굵은 축구를 펼친 전북 현대, 마지막까지 투지를 보인 수원 삼성 모두 K리그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시즌 내내 여러 가지 파문으로 힘들었던 K리그가 이 두 팀 때문에 막판에 희망을 얻은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결승전에서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이 꽉 들어차고, 그 무대 아래서 전북 선수들이 '확실한 닥공'으로 알 사드를 완파하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꼭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3년 연속 K리그 팀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아시아 클럽에는 더 이상 K리그의 적수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도장 찍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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