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오는 3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를 떠나는 윤창현 본부장이 사측을 향해 “임명동의제 파기 시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지난 5일 언론노조 11대 위원장으로 선출돼 내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윤창현 본부장은 17일 “SBS의 울타리를 넘어 전체 언론개혁과 미래 생존의 중차대한 과제를 떠맡아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며 SBS 노보에 편지를 남겼다. 주로 사측의 임명동의제 파기 시도를 규탄하는 내용이다.

SBS 사측이 노조에 보낸 단체협약개정안 (자료제공=SBS노보)

지난달 사측은 노사간 협의 중인 단체협약개정안에 ‘임명동의제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2019년 11월 윤 본부장이 경영진을 고발해 10.13 합의가 파기됐고 이로인해 임명동의제도가 무효화됐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SBS 사측 '임명동의제 파기' 시도, 배경은)

윤 본부장은 노보에서 “사측의 저의가 의심된다”며 "(현 경영진은) 지난 임명동의 투표에서 가까스로 자리를 보전했으니 어떻게든 임명동의제도를 없애고 싶을 것이다. 대주주의 이해도 맞아떨어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노조는 사측이 지금처럼 임명동의제도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해 2018년 별도 합의가 아닌 단체협약에 임명동의제도를 포함시켰다”며 “단체협약 어느 조항, 사측이 파기한 10.13 합의 어디에도 10.13 합의와 단체협약상의 임명동의제 합의가 연동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사간 단체협약은 노사합의 없이 개정할 수 없으며 임명동의제도만 폐지하는 협약 개정은 일어날 수 없다”며 “임명동의제도를 폐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단체협약 전체를 파기하고 노사관계를 30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후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사측을 향해 "명분없는 임명동의 파기 시도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향후 언론노조 위원장의 자격으로 언론노조의 핵심축인 SBS본부 조합원들의 투쟁을 강력히 옹호할 것이며 미디어 격변 속에 더 험난해지고 있는 방송 독립과 미래 생존의 과제를 SBS 조합원들과 함께 변함없이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보에는 사측의 단체협약 개정 요구를 임명동의제 파기 시도로 규정하는 구성원의 규탄 입장이 게재됐다. 기자협회는 “임명동의제가 탄생한 지난 2017년 10월 13일, 박정훈 사장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제도를 마련했다고 치켜 세웠다”고 지적했다.

보도본부 14기는 “누가 먼저 10.13을 파기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대의의 문제가 워낙 중할 때, 우리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도덕적 판단을 우선할 수 있다”고 했고, 15기는 “임명동의제 폐지는 임명동의제가 방송의 공정성 제고와 회사의 핵심적 가치 실현에 방해가 되었다는 평가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18기는 “임명동의제는 보도본부 구성원들이 과거의 보도 참사를 딛고 일어서게 해준 버팀목이었다"고 평가했고, 24기는 “임명 동의제가 없었던 과거의 우리가 어땠는지 벌써 잊었는가”라며 “왜 우리를 다시 뒷걸음치게 하는가”라고 물었다.

SBS본부는 지난 16일 임시 대의원회의를 열어 후임 본부장이 선출될 때까지 윤창현 본부장이 직을 수행하기로 승인했다. SBS본부 규약상 본부장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은 상태에서 사퇴할 경우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윤 본부장의 임기는 2022년 3월까지였다.

한편 SBS 사측은 이날 윤 본부장의 편지와 관련해 “회사가 노조에 개정 요구안을 전달한 것은 노사 공동의 교섭 과정에 따른 정상적인 행위이며, 윤 본부장 주장대로 4차 고발 1년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저의’를 갖고 행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합의를 독단적으로 파기한 행위에 대해 윤 본부장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반성 없이 자신의 책임을 감추기 위해 ‘저의’를 운운하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단협 개정과 상관없이 사장이 구성원들에게 약속한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과 복지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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