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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국정원 사찰 의혹에 "이제 와서"라는 중앙일보국정원 정보 공개 지연은 주지의 사실…한국일보 "단순한 사건 아니다"-경향신문 "사실규명이 급선무"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02.17 17:13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중앙일보가 국가정보원의 대규모 불법 사찰 의혹이 불거진 것을 두고 “여권이 국정원을 정치로 밀어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사찰 의혹은 이전부터 있었던 일인데 여권이 4월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자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한국일보의 주장은 달랐다. 한국일보는 “(국정원 사찰 의혹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며 “청와대가 정보기관을 동원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을 감시·압박하려 불법 사찰을 한 것은 심각한 범죄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국정원 사찰 의혹이 뒤늦게 불거진 것은 국정원의 정보 공개 지연 때문이다.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은 2017년부터 사찰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정원은 “국가안보와 관련 있고 정보역량을 노출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국정원은 사찰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하면서 사찰 의혹 실체가 드러났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은 16일 ‘국가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결의안’을 발의해 진상 규명에 시동을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중앙일보는 17일 사설 <‘MB 국정원 사찰’ 쟁점화 석연치 않다>에서 “여권발 드라이브는 선뜻 공감하기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국정원) 사찰은 오랜 기간 진행됐다”며 “‘정치 관여 여지를 없앤다’며 국내 파트 정보요원들을 재교육하기 시작한 게 불과 얼마 전이고 법적으로 ‘국내 정보 수집’을 못 하게 된 건 올해부터다. 이전엔 매일 수백 장의 보고서를 생산했다는데 대부분 인물 정보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사정이 이런데도 여권은 2009년 12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에 ‘신원자료를 관리하라’고 한 통보를 문제 삼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권은 출범과 함께 ‘적폐청산’을 한다며 국정원을 강도 높게 파헤쳤다"며 "민간인들로 구성된 국정원 개혁발전위가 메인 서버까지 뒤졌다. 당시 개혁위는 ‘청와대에서 정치인들의 인물 세평이나 동향 정보 수집을 지시했다’면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이런 복잡미묘한 사정을 다 아는 여권이 이제 와서 문제 삼는 이유는 뭔가”라면서 "야권에선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권의 정략이라고 본다. 특히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공교롭게 박지원 국정원장은 어제 정보위에서 ‘DJ·노무현 정부 땐 불법 사찰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정보위가 3분의 2로 의결하면 정보위에 보고할 수 있다’고 했다”며 "위원 12명 중 8명이 민주당 소속이니 사실상 내놓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결과적으로 국정원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던 여권이 국정원을 다시 정치로 밀어 넣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17일 사설 <‘MB 국정원 사찰’ 쟁점화 석연치 않다>

하지만 한국일보는 ‘국정원 사찰 의혹은 여권의 선거 공작’이라는 야당 주장에 대해 “(사찰 의혹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17일 사설 <실상 드러나는 국정원 국회 사찰...흑역사 뿌리뽑아야>에서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넘어선 불법 사찰이며, 김대중 정부 시절 정치인 불법 도청 사건 이후 국정원이 기관 차원에서 정치인을 사찰한 퇴행적인 사건”이라며 “야당 의원들 역시 사찰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여야는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을 따질 때가 아니라 국정원이 사찰 정보를 조사, 공개, 폐기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에 합심해야 한다”며 “청와대가 정보기관을 동원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을 감시·압박하려 불법 사찰을 한 것은 심각한 범죄적 행태다. 여야는 국정원이 자료를 검토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17일 사설 <실체 드러낸 MB·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사찰 전모 밝혀라>에서 “사찰은 기본권을 짓밟는 반헌법적 악습이자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가폭력”이라며 “여당은 ‘중대범죄’라고, 야당은 ‘정치공작’이라고 장외 설전을 시작했다. 오는 4월 치러질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기 싸움이지만 이제는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실관계 규명이 급선무가 됐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한 5개 환경단체와 대학교수들은 지난달 초 2018년 환경부 요청으로 알려진 ‘1장짜리 사찰 문서’의 추가정보 공개를 국정원에 청구했다”며 “사찰 자료를 보고받은 ‘청와대 인사들의 직함’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당시 직책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2016년 공개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뒷조사한 권해효·김미화·김여진씨 등이 올라 있다”며 “하나같이 오랜 시간 보수정권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된 사찰의 축이 국정원임을 보여준다. 국정원 스스로 ‘흑역사’임을 반성하고 사찰 자료도 현존하는 상황에서 덮을 수 없는 적폐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선거가 끝난 후 관련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민간인 사찰이라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도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선거 끝나고 하는 게 맞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정무수석을 했는데, 정무수석이 국정원하고 무슨 관련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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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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