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극우 만화가 윤서인이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언론은 윤 씨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고 기사화했다. 이에 대해 “언론이 유명인의 막말을 받아쓰고 논란으로 보도하는 방식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독립운동가를 비하해 논란을 빚은 윤서인 씨는 지난 16일 고 백기완 소장 별세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SNS에 "본인이 원하던 '그 통일'을 못보고 죽은 게 한이겠네"라며 “무슨 대단한 인물 가셨네 으이구”라는 글을 남겼다.

만화가 윤서인 씨의 페이스북 글과 이를 기사화한 언론

언론은 윤 씨의 SNS 발언을 기사화했다. 해당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제목에 담은 기사만 30개가 넘는다. 노컷뉴스 <윤서인 “무슨 대단한 인물 가셨네 으이구”>, 국민일보 <“대단한 인물 가셨네” 윤서인, 故백기완 선생 조롱>, 중앙일보 <윤서인 “대단한 인물 가셨네 으이구”...故백기완 조롱 논란> 등으로 세계일보, 시사저널, 한국경제, 서울신문, 서울경제, 프레시안, 아이뉴스24, 아시아경제 등이 동일한 형태의 기사를 썼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씨를 겨냥해 쓴 SNS 글을 기사화한 보도도 11건이 넘었다.

언론인권센터는 16일 “언론은 윤서인 씨의 막말에 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이러한 발언을 고민 없이 과거의 관습대로 일단 직접 인용 부호(따음표)를 통해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이 발언의 충실한 전달자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는 "막말을 일삼는 유력 정치인, 정당 지도자의 발언의 기사화에 대해서는 그들의 발언을 기록으로 남겨 비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유명인의 경계에 있는 이들의 발언을 모두 전달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언론은 스스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윤 씨는 유력 정치인도, 정당 지도자도,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인물이 아닌데 언론이 그의 발언을 받아쓰기해 논란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또한 언론이 ‘전달자’ 역할을 넘어 혐오 세력을 키우고 논란의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NS 상에서는 윤 씨의 의견에 동조하며 모욕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이 윤 씨의 SNS 발언을 퍼나르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 씨는 과거 독립운동 비하 발언과 관련해 “광역 어그로(관심) 끌리면 좋은 점. 내 말을 듣는 사람이 늘어난다. 욕하러 와도 좋으니 어쨌든 한 명이라도 더 오라”며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서도 애초에 욕하러 오신 분 많다. 내 관심은 코인이 아니라 계몽과 확장이며 계몽과 확장엔 반드시 욕이 동반된다”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16일에는 “나 또 실시간 검색어 1위임? 날 좀 내버려둬라”라며 관심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인권센터는 “윤 씨의 의도에 딱 맞아떨어지는 역할을 언론이 수행 중인 셈”이라며 “언론은 윤 씨가 원하는 대로 그의 페이스북에 한 명이라도 더 오게 해주는 호객꾼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유명함의 경계선에 서있는 이들이 ‘어그로’를 끌며 쏟아내는 위험한 발언을 옮겨 써주는 일에 언론이 더는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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