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정규리그가 이제 팀당 각 1경기씩만을 남겨뒀습니다. 지난주, 전북 현대가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짓고 포항 스틸러스도 2위를 확정지어 나란히 내년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내 다소 맥 빠지게 정규 시즌이 끝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전북은 화끈한 닥공 축구를 앞세워서, 포항은 '레전드' 황선홍 감독의 짜임새 있는 축구로 각각 1,2위를 차지하며 일단은 편하게 '가을 축구'를 준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6강 플레이오프라는 제도가 시행된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치열한 6강 싸움이 이번 주 일요일인 30일 펼쳐지게 됩니다. 정규리그 우승 싸움은 이미 끝났다 할지라도 '가을 축구를 하느냐 마느냐'의 운명이 걸린 6강 싸움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교롭게 경쟁선상에 걸린 모든 팀들이 맞대결을 하지 않고 서로 다른 경기장에서 같은 시간에 경기를 치러 월드컵 못지않은 '엎치락뒤치락'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K리그 6강행을 확정지은 팀은 1,2위를 차지한 전북, 포항, 그리고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FC 서울과 수원 삼성입니다. 5,6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현재 이 자리를 노리고 있는 팀은 최소 네 팀, 최대 다섯 팀입니다. 현재 승점 45점을 기록한 울산 현대가 5위를 달리며 다른 팀에 비해서는 조금 우위에 있지만 6위 부산 아이파크(승점 43점), 7위 경남 FC, 8위 전남 드래곤즈(이상 42점)는 승점 1점 차로 혼전 중에 있습니다. 여기에 다소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9위 제주 유나이티드도 승점 40점을 기록해 6위 부산과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유지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습니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29라운드 현재 순위

5위 울산 현대 13승 6무 10패 (승점 45점, 33득점, 29실점)
6위 부산 아이파크 12승 7무 10패 (승점 43점, 47득점, 43실점)
7위 경남 FC 12승 6무 11패 (승점 42점, 41득점, 37실점)
8위 전남 드래곤즈 11승 9무 9패 (승점 42점, 32득점, 28실점)
9위 제주 유나이티드 10승 10무 9패 (승점 40점, 44득점, 43실점)


세 팀의 하락세, 두 팀의 상승세로 짜여진 '죽음의 6강 싸움'

당초 6강 판도는 28라운드 쯤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2-3개 팀 정도로 압축돼 마지막까지 경합을 하는 수준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판에 힘을 낸 팀들 때문에 6강 싸움은 제대로 혼전 양상을 보였습니다.

가장 판세를 뒤흔든 팀은 울산 현대였습니다. 8월까지 승점 관리에 실패해 처지는 줄 알았던 울산 현대는 9월부터 힘을 내기 시작하면서 최근 6경기 5승 1무의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승점 관리를 잘 한 덕에 어느새 5,6위권과의 차이는 좁혀졌고, 결국 28라운드에서 6위권으로 치고 올라갔습니다. 여기에다 경남도 막판 뒷심으로 최근 3연승을 달리며 큰 힘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경남 역시 10위권 바깥에서 7위로 치고 올라서며 6강행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끌어올렸습니다.

이들이 상승세를 탄 사이 중위권을 두텁게 형성했던 제주, 전남, 부산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시즌 초부터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한 제주는 8월부터 8경기 연속 무승(4무 4패)을 기록하며 한 계단씩 떨어지더니 급기야 9위까지 추락했습니다. 또한 전남도 9월 중순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며 결국 6위권 바깥으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겨우 6위를 지켜내기는 했지만 부산 역시 9월 이후 2승 1무 3패 부진에 빠지며 상승세를 타는 팀의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결국 세 팀의 하락세와 두 팀의 상승세가 맞물리며 6강 싸움은 마지막에 가서야 결판이 나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맞대결 없는 싸움, 다득점까지도 따질 수 있다

▲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로고. 사상 최고 순위 싸움이 마지막 라운드를 수놓을 전망이다.(사진= 프로축구연맹 블로그)
이번 6강 싸움이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6강 싸움을 하는 다섯 팀이 모두 서로 다른 경기장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월드컵 조별예선 최종전처럼 사전에 승부 담합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경기가 30일 일요일 오후 3시에 동시에 치러지게 되는데 아마 월드컵 이상의 피 말리는 긴장감과 흥미로운 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큽니다.

일단 이 가운데 부산, 경남, 전남은 홈에서, 울산, 제주는 원정에서 경기를 치릅니다. 여기서 가장 불리한 팀은 우승팀 전북 현대와 맞붙는 전남 드래곤즈이며, 반대로 가장 유리한 팀은 최하위팀 강원 FC와 상대하는 부산 아이파크입니다. 하지만 이는 순위표에 따라 분석한 예상일 뿐 상대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두 팀이 상대할 이 팀들이 일찌감치 순위를 확정지은 만큼 이전과는 다른 경기력으로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부산, 전남, 그 외에 다른 세 팀 역시 '내일이면 끝난다'는 각오로, 어느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기에 피 말리는 1분 1초 아래서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경쟁을 벌여야 하는 다섯 팀입니다.

이 싸움이 더 예측불가능하면서 더 흥미로운 점은 바로 승점 뿐 아니라 다득점, 득실차도 거의 똑같다는 것입니다. 현재 5위 울산부터 8위 경남까지 득실차는 모두 +4입니다. (위 순위표 참조) 만약 울산이 지고, 경남, 전남이 이길 경우, 득실차에 울산은 무조건 탈락하는 순위표가 현재 형성돼 있습니다. 반대로 나머지 6위부터 8위 팀까지 모두 지고 9위 제주가 승리를 거둘 경우, 골득실 뿐 아니라 다득점까지 따져서 제주가 9위에서 6위로 점프해 6강에 오르는 '사상 최고의 대반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어떻게 따져보던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경기 결과에 따라 정말 재미있는 상황들을 여러 가지 상상할 수 있게끔 순위가 짜여 있다는 것입니다.

다섯 팀의 '치열한 마지막 승부'를 지켜보는 것, 유럽 축구 이상이다

지금까지 6강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지난해 시즌을 제외하고는 매년 마지막 경기에서 정말 치열한 6강 경쟁이 벌어져 왔습니다. 2007년에는 대전시티즌이 막판 대반전으로 FC 서울을 따돌리고 사상 첫 '가을 축구'에 성공해 지금까지도 가장 짜릿한 순위 싸움으로 남아 있으며, 2008년에도 8위 전북이 마지막 경기 승리로 극적인 6강 진입을 이루며 역시 '대반전의 역사'를 쓴 바 있습니다. 승강제가 사실상 내년에 도입돼 올해를 끝으로 자취를 감추는 6강 플레이오프 제도지만 마지막 해에도 흥미롭게, 그것도 역대 가장 치열한 순위 싸움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이 참 재미있는 일이기는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장면을 상상해도 정말 월드컵이나 유럽 축구 못지않은 엄청난 싸움이 K리그 판에서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가을 잔치를 향한 다섯 팀의 마지막 승부, 지키기냐, 대반전이냐, 그 결말은 나흘 뒤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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