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SBS가 설 특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 간 키스 장면을 편집한 것과 관련해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검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SBS의 동성 간 키스 장면 편집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이며 성 소수자를 모욕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SBS는 13일 그룹 퀸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조명한 ‘보헤미안 랩소디’를 설 특선 영화로 방영했다. 프레디 머큐리는 성 소수자로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이에 관한 내용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SBS가 영화 속 동성 간 키스 장면을 모두 편집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이미지

이에 대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15일 논평에서 “SBS는 고인뿐만 아니라 성 소수자 모두를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성 소수자인 부분과 아닌 부분으로 나누는 게 불가능하듯,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성 소수자 관련 장면을 잘라내는 것은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존재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지개행동은 “‘보헤미안 랩소디’ 편집 방영 사태는 명백한 차별이고 검열”이라며 “성 소수자의 존재는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아니며 성 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낸 이야기는 검열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무지개행동은 “성 소수자들은 프레리 머큐리가 연인과 나눈 키스 장면이 삭제된 채로 ‘보헤미안 랩소디’가 방영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사회로부터의 성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무시, 모욕감을 한순간 경험했다"고 밝혔다.

무지개행동은 “SBS는 이번 장면 편집으로 방송국이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며 “SBS는 보도, 교양 프로그램에서만 다원성의 가치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방송국 전체 차원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문화 다양성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BS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녁 시간대에 15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하는 설 특선 영화라는 점을 고려한 편집”이라며 “지상파에서 영화를 방영할 때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나 흡연 장면을 임의로 편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스킨십 장면은 편집했다”고 해명했다. SBS 해명에 대해 무지개행동은 “SBS 관계자는 성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 취급하여 검열하는 태도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또한 SBS 관계자는 “과거 동성애 코드 키스 장면이 나간 데 대해 경고 판정이 나온 적이 있다”며 “우리도 그대로 내보냈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방통심의위는 2015년 JTBC ‘선암여고 탐정단’이 동선 간 키스 장면을 방영하자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하지만 4기 방통심의위가 들어선 후 성 소수자 관련 장면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사는 없다. 4기 방통심의위는 성 소수자 권익 보호에 대한 심의를 강화했다. 방통심의위는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 당시 확진자의 성 정체성을 공개한 MBN, 성 소수자에 대한 허위정보를 방송한 극동방송·CTS 기독교TV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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