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소식은 다름 아닌 카타르 축구클럽 알 사드의 '비매너 축구'였습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수원 삼성과 경기를 가진 알 사드가 후반 38분, 스포츠맨십에 입각하지 않은 '황당한 골'을 집어넣으며 원인 제공을 하고는 양 팀 선수들끼리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여러 명이 퇴장당하는 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하지만 적반하장 격으로 알 사드는 수원이 오히려 원인 제공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대한 후폭풍은 지금도 장외에서 거세고 일고 있습니다. AFC는 해당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뒤, 이번 주 중으로 양 팀과 해당 선수 등에 대한 징계를 확정, 발표할 예정입니다.

상황은 그렇지만 어쨌든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곧바로 27일 0시(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 사드 홈에서 치러지게 됩니다. 1차전에서 2골을 내주며 0-2로 패한 수원은 2차전에서 3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결승에 올라갈 수 있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원은 경기 승리 뿐 아니라 중요한 것을 카타르에 보여주고 와야 합니다. 바로 '진짜 축구'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수원 삼성과 카타르 알 사드의 4강 1차전에서 0대2로 패한 수원 선수들이 경기 후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후반 수원이 아웃시킨 볼을 알 사드 마마두 니앙이 수원이 수비를 하지 않는 틈에 골로 연결시켜 양 팀 선수들이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비매너 팀'과 한 번 더 맞붙는 수원, 축구를 보여주고 돌아오라

중동만 가면 다수의 선수들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이들은 다름 아닌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었습니다. 몰상식한 골을 넣은 마마두 니앙은 세네갈 출신이며, 난입한 관중을 때린 압델 카데르 케이타는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 선수입니다. 개인주의적인 경향을 가진 이러한 아프리카 선수들과 함께 무조건 이기고 보는 중동 특유의 팀 성향이 더해지면서 알 사드는 스스로 비매너적인 플레이를 자초했고, 사태를 키웠습니다. 물론 관중이 난입할 만큼의 경기장 관리 소홀, 비매너에 거칠게 대응한 수원도 잘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원인 제공을 하면서 비매너 플레이를 펼치고도 오히려 '책임은 수원에 있다'고 하는 알 사드 선수, 감독, 팬들의 반응은 정말 이들에게 스포츠맨십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의심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그런 팀과 수원은 한 번 더 맞붙어야 합니다. 그것도 실질적으로 결승 티켓이 걸려 있는 마지막 경기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는 알 사드 홈, 수원 입장에서는 원정에서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당연히 현지 환경, 시차 등을 적응하려면 무리가 따릅니다. 특히 일요일에 K리그 경기를 치르고 3일 만에 카타르에 가서 이번 경기를 갖습니다. 체력적인 면, 정신적인 면 모두 힘들 것입니다. 그래도 수원은 이번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토록 바랐던 아시아 정상 문을 열 기회를 얻기 때문입니다.

수원은 기적을 꿈꾸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미 수원은 8강전에서 한 번 기적을 썼습니다. 당시 이란 조바한과 8강을 치른 수원은 1차전 홈에서 1-1로 비긴 뒤 불리한 조건에서 2차전 원정을 맞아 벼랑끝에 내몰렸습니다. 고지대로 악명 높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2차전. 이 경기에서도 먼저 선제골을 내줘 탈락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그러나 후반 32분 양상민이 염기훈의 크로스를 받아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은 뒤 연장에 마토가 패널티킥 골을 집어넣으며 이란 원정을 승리로 장식하고 4강에 올랐습니다. 최근 판정 문제 등 외적인 요소들 때문에 억울하게 진 경기들이 많았지만 충분히 수원의 경기력은 알 사드를 넘을 만 한 요소들을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어도 목표가 있는 팀이기에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사른다면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2차전을 치를 수 있을 것입니다.

결승 진출 여부를 떠나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되 오로지 실력만으로 상대팀과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상대가 침대축구, 비매너 플레이를 일삼는다 해도 수원은 절대로 휘말려서는 안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오로지 실력으로 90분을 뛰어 '진짜 축구'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와야 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한국 축구를 우습게 보는 일이 없도록 수원은 승리보다 더 값진 일을, 정말 큰일을 하고 멋지게 돌아와야 합니다. 그것만큼은 수원을 좋아하는 팬들이나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스포츠맨십에 입각한 2차전이 되기를

축구는 기본적으로 스포츠입니다. 스포츠는 선수들이 지켜야 하는 룰을 지키면서 스포츠맨십에 입각한 마인드를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감동이 있다고 하는 것도, 아름다운 스토리가 있다는 것도 모두 이 기본적인 원칙에 입각했기에 이뤄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록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지만 적어도 2차전에서는 이 기본적인 원칙 아래 아름다운 승부를 펼치는 양 팀이 되기를 한 번 기대해봅니다. 만약 알 사드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수원이 그 정신에 입각해 제대로 된 축구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중동이 한국 축구를 폄하하거나 쉽게 보지 않게끔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마무리가 결승 진출 확정으로 행복하게 끝나기를 기대합니다.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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