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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키워드로 ‘승리호’ 읽기2, 그들이 진짜 아버지로 거듭나기까지[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2.12 13:11

 [‘가족’ 키워드로 ‘승리호’ 읽기1, 감성 대신 총을 든 모성 장선장]에 이어

[미디어스=이정희]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는 강인한 어머니 장선장을 필두로, 대뜸 삼촌이 되어버린 타이거 박, 언니라는 말이 싫지 않은 업동이 그리고 '아버지' 태호(송중기 분)까지 모호하지만 끈끈한 가족 관계를 보여준다.

조성희 감독에게 '아버지'는 불온하고 불완전한 세계이다. 마치 우리가 발을 딛고 현실처럼. 그 세계는 자크 라캉의 '상상계'와도 같다. 실재라고 믿고 다가서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세상의 일부분이 될수록 자신을 소외시킬 수밖에 없는, '지양'되어야 할 과정이다. 

아버지의 세상 

영화 <승리호>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넷플릭스)

<승리호>에서 아버지는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우선 태호와 설리반의 관계가 부자 관계의 양상을 띤다. 태호를 입양한 설리반. 그는 태호를 어린 나이부터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살상 무기'의 선봉에 세운다. <늑대소년>이 순이의 세계에 맞서 늑대소년을 만들고 버린 남성 중심의 세계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듯이, 그러한 세계관은 <승리호>에서 설리반의 세계로 이어진다.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 분)은 환경오염에 폐허가 된 지구의 '메시아'를 자처한다. 깨끗한 공기와 여유로운 생활이 보장된, 우주 궤도에 만들어진 낙원을 통해 지구인들이 자신을 구세주라 여기도록 만든다. 하지만, 설리반이 만든 '아버지'의 세상은 화성 이주 계획이 도로시와 지구의 희생이 필요하듯 누군가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다. 152세의 외모를 지탱하기 위해 또 다른 생명이 필요하듯이. 

그 아버지의 세계에 입양된 태호는 작전 과정에서 발견한 순이를 '입양'한다. 설리반이 태호를 입양하여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과 달리, 태호는 순이의 '아버지'가 된다. 

영화 <승리호>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넷플릭스)

하지만 아버지로서 태호는 설리반과 또 다른 면에서 '조건부적'이다. 순이를 입양한 후 더는 살상을 할 수 없게 된 태호는 그의 사회적 지위를 지탱해 주었던 UTS 기동대에서 쫒겨나 궁핍해지자 아버지로서의 책임도 방기한다. 순이를 향한 그의 맹목적 애정은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이자 반성이다.

그러나 태호는 자신 앞에 나타난 또 다른 순이, 도로시를 끝까지 거부하려 한다. 심지어 살아있는 도로시를, 꽃님이를 '딜'하여 죽은 순이에게 가닿으려 한다. 그의 철 지난 부성은 맹목적이지만 실체가 없다. 결국 붙잡고 있었던 '아버지로서의 허상'을 놓은 순간 태호는 진짜 '아버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태호에게 순이가 도로시, 아니 꽃님이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 '배턴 터치' 되듯이, 꽃님이에게 아버지는 친아버지로부터 <승리호>로 이어진다. 친아버지는 아이를 살리고자 하는 그의 과학적 도전으로 인해 꽃님이를 위험에 빠지게 만들고, 스스로를 지양시킨다. 과학 문명을 등에 업은 아버지의 숙명이다. 

태호가 보다 직접적으로 아버지라는 존재로 자리매김된 것과 달리, <승리호>에는 '삼촌'도 있다. 업동이가 배우 유해진의 모션캡쳐 연기에 기반했음에도 '언니'라는 호칭과 함께 '이모'와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한 반면,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분)은 도로시의 삼촌을 자처한다. 

영화 <승리호>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넷플릭스)

'삼촌' 타이거 박은 <승리호>의 가족 중 가장 순수하다. 살상 로봇일지도 모를 도로시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며 보호자를 처음 자처한 사람도 타이거 박이다. 그리고 자신을 던져 UTS 기동대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진 승리호를, 도로시를 구한다. 

이렇게 <승리호> 속 아버지들은 진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자신을 '지양'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그 지양의 과정은 왜곡된 아버지 ‘설리반의 세상’에 대한 극복이다. 태호가 집착했던, 하지만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순이'를 놓아야 꽃님이를 받아들일 수 있듯이, 타이거 박이 자신을 던져 꽃님이를 구하려 하듯이, 아버지는 이전의 자신을 지우고 버림으로써 비로소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우리 시대 아버지들에게 주어진 '숙제'처럼.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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