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광고를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광고국은 '개인의 명예훼손 침해'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동아일보가 삼성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그린그룹이 동아일보 3월 18일자에 내려고 했던 '삼성그룹 한판붙자!' 광고.
오는 4월 말 출범하는 그린그룹(대표이사 장원)은 지난 18일자 동아일보에 '삼성그룹 한판 붙자'는 광고를 싣기로 했으나 하루 전인 17일 오후 동아일보로부터 '광고를 실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광고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비자금으로 이건희 일가가 구입했다고 주장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얼굴을 합성한 것으로 "3년 뒤 누가 더 행복한 눈물을 흘리는지 한번 보자구요!"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해 박영균 동아일보 광고국장은 "이건희 회장이든 누구든 개인을 공격하며 명예를 훼손하는 광고는 신문광고 윤리강령상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공인이므로 이 정도의 패러디는 받아들일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박 국장은 "더이상 답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김동필 그린그룹 홍보팀장은 "한국 최대기업인 삼성그룹이나 그룹 출범을 앞두고 있는 그린그룹 모두 투명경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더욱 더 받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며 "그룹 홍보차원에서 지난 1월 30일자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11면과 2면에 '명박아 한판붙자'는 제목으로 '고용창출을 누가 더 잘하는지 한판 붙어보자구요'라는 기획광고를 실었다. 조선일보의 경우 처음에 진행이 잘 안됐으나 결국 광고가 실리게 됐고, 매경은 별 문제 없었다. 이번 '삼성그룹 한판 붙자' 광고의 내용은 이미 다 알려진 얘기인데 동아일보가 이 정도도 받아들이지 않다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삼성의 직접적인 압력 때문에 광고가 취소된 건 아니라고 보지만 동아일보가 삼성의 영향력을 고려해 우리 광고를 거부한 것 같다"며 "이건희 회장 같은 공인에 대한 패러디 부분은 넓게 해석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번 광고를 대행한 업체 관계자 L씨는 1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민감한 문제라서 말할 수 없다. 중간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동아일보의 입장이 있을 테니 그쪽에다 물어라"고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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