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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랜선 명절? 만날 수 없어도 함께하는 방법[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2.08 10:41

[미디어스=이정희] 명절 덕담이랄까? 그래도 명절인데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지 하던 것이 ‘웬만하면 보지 말자’가 되었다. 격세지감이다. 과연 이렇게 만나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되어가는 시절에도 가족으로서 동질감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지난 2월 4일 개봉한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는 어떨까? 아마도 이 영화를 본다면 지금은 함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를 묶어주는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족 혹은 고향을 생각하면 동시에 떠올려지는 건 '음식'이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외려 어릴 때는 참 먹기 싫었던 음식이 문득문득 그리워지곤 한다. 기자가 어릴 적만 해도 고기를 넣은 미역국은 생일날이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평상시 미역국은 그저 국간장을 푼 물에 미역 건더기를 넣은 멀건 국이었다. 그래서 고기를 넣은 미역국과 구분해서 '소미역국'이라 불렀었다. 어렸을 때는 그 물 같은 국이 참 싫었는데 이제는 가끔 그립다. 그런 식이다. 멸치다싯물에 뚝뚝 떼어 넣은 수제비라든가, 젓가락에 끼워 밥 한 공기를 비우곤 했던, 땅속에서 꺼낸 겨울철 알타리 무김치라든가. 지나간 시절은 그렇게 그 시절에 먹었던 음식들에 관한 기억으로 이어진다. 

'식구(食口)'는 말 그대로 한 집에 살면서 끼니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렇게 밥상을 함께 받던 식구들은 시간이 흘러 더이상 한 집에 살지도, 밥상을 함께 받지도 않는 사이가 되었다. 심지어 코로나는 명절 때만이라도 '식구'가 되었던 연례행사마저 여의치 않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식구가 더는 식구가 아니게 되는 것일까? 이제 더는 밥상을 함께하지 못해도 함께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여전히 '식구'라고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는 말한다. 

사라와 함께할 수는 없지만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스틸 이미지

더는 밥상을 함께할 수 없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영화는 '이별'로 말문을 연다. 제목 속 그 '사라'와의 이별이다. 영국 런던의 노팅힐 거리를 향해 사라의 자전거는 질주한다. 친구 이사벨라(셸리 콘 분)와 함께 그 거리의 한 상점에서 두 사람이 그토록 꿈에 그리던 '디저트 베이커리 카페'를 열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라는 꿈에 그리던 자신의 가게에 도착하지 못한다. 주인을 잃은 가게, 사라가 셰프였기에 이사벨라는 혼자서 가게를 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게 주인을 잃은 채 집세만 날리던 가게를 더는 유지할 수 없었던 이사벨라는 다른 주인을 알아보려고 한다. 그때 엄마의 죽음에서 헤어나지 못해 다니던 무용학교조차 포기해버린 딸 클라리사(섀넌 타벳 분)가 나선다. 하지만 다시 가게를 열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자금, 클라리사는 오랫동안 엄마랑 '의절'하다시피 했던 외할머니 미미(셀리아 임리 분)를 찾는다. 한때는 공중곡예사로 전 세계 공연을 다니던 미미는 자신을 플라잉 요가로 이끄는 손녀의 설득에 못이기는 척 수표책을 연다. 그리고 사라, 이사벨라와 함께 요리학교를 다녔던 매튜(루퍼트 펜리 존스 분)가 합류한다. 

그렇게 사라는 세상에 없지만 사라를 사랑하던 이들이 사라를 기억하며 한자리에 모였다. 사라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사라를 대신하여 사라가 하고 싶던 곳에서 사라를 사랑하던 이들이 시작한다. 그래서 가게 이름이 '러브 사라'이다.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스틸 이미지

그중에서도 할머니 미미에게 '러브 사라'는 각별한 의미다. 죽기 전 딸이 찾아와 디저트 베이커리 카페를 연다며 도움을 청했었다. 하지만 그때 사라의 엄마 미미는 거절했다. 자신을 찾아온 클라리사에게 대뜸 '돈 때문이냐?'고 선을 그은 것처럼, 사라에게도 그랬었다.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는 엄마 미미에게 사라는 돈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해주지 않는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리고 엄마와 딸은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다. 코로나 같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서로에 대한 서운함으로 두 사람은 멀어졌다. 그리고 뒤늦게 엄마인 미미가 딸 사라에게 엽서를 썼었다.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했지라며. 하지만 그 엽서는 딸에게 도착하지 못했다. 딸이 자신의 가게에 도착하지 못한 그날 쓴 엽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 미미는 보내지 못한 엽서 대신, 그때 들어주지 못한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녀의 수표책은 얇아져 가지만, 대신 딸이 그리던 카페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사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영업은 별개였나 보다. 가까운 거리에 이미 카페가 여러 개인 거리에 새로 문을 연 카페는 첫날부터 파리를 날렸다. 매튜의 매혹적인 디저트들만으로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부족했다. 개업했다며 인심 쓰듯 나누어준 마카롱을 낯설어 했다. 답답한 마음에 거리를 나선 할머니 미미의 눈에 노팅힐 거리를 지나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민자들이 많은 영국, 그중에서도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인 거리에 자리잡은 '러브 사라'. 이 카페가 잘 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고향이 된 카페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스틸 이미지

할머니 미미는 딸 사라가 가장 좋아하던 책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떠올렸다. '새로운 것을 원하거든 여행을 하라'는 책 속의 명대사처럼 사라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다. 그런 사라처럼 '러브 사라'는 80일간의 세계 일주의 상징과도 같은 열기구를 카페 앞에 단다. 그리고 80일간의 세계 여행 대신, 세계 각국의 디저트를 만들어 낸다. 

딸기 프레지에는 몰라도 '크링글'을 기억하는 라트비아 출신의 택배 기사를 위한 '크링글'처럼,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원하는 고향의 디저트를 만들어 주기로 한다. 카페에 온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고향 디저트를 만들어 준다면 꼭 다시 들러 그것을 먹겠다고 하고 그렇게 한다. 호주식 케이크 레밍턴부터 리스본에서 온 모자를 위한 파스텔 드 나타, 터키의 바클라바, 아랍의 전통 케이크 바스부사, 이스라엘의 오렌지 세몰리나 케이크, 그리고 일본에서 온 여성이 부탁한 말차 밀 크레이프까지. 그렇게 카페는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의 '고향'이 되었다.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스틸 이미지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는 이렇게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방식을,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고향을 기억하는 '디저트'로 잇는다. 코로나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어려운 시절에 이 영화는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전해준다. 지금 여기서 함께 나눌 수는 없지만,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음을 말한다.

만날 수 없다고 해서 함께 나누었던 시간,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건 우리가 그 시간과 마음을 어떻게 소중하게 이어가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지속될 수 있다. 다가올 명절, 각자의 공간에서 이 영화 한 편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서로를 떠올리며 함께 나누었던 음식을 먹는다면 함께할 수 없어도 함께하는 따뜻한 명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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