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 논평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을 되풀이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집단적 조현병' 표현을 쓴 데 이어 이번엔 당 부대변인이 "꿀 먹은 벙어리"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장애인단체들은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4일 김재식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정의당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 결정과 관련해 민주당 박영선·우상호 예비후보가 공전여부는 '당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답한 것을 두고 "두 예비후보들은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데, 정작 민주당은 왜 꿀 먹은 벙어리인가"라고 논평했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조현병 혐오 발언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부대변인은 "서울 시정을 책임질 시장이라면, '옳은 것은 옳다, 잘한 것을 잘했다'고 말할 정도의 용기는 있어야 자격이 있다고 하지 않겠나. '당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반응은 국민들이 보기에 비겁하고 부끄럽다"며 "정의당 당 대표 성추문에 대하여,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는 논평까지 낸 바 있는 민주당은 이번 정의당의 무공천 결정에는 어떤 입장인 것인가"라고 했다. '꿀 먹은 벙어리'는 청각·언어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라는 비판이 오랫동안 이뤄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김 부대변인은 민주당을 비판하기 위해 장애인 비하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김 부대변인의 이번 발언은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지난 1일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왔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31명은 '북한 원전건설 추진' 의혹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닐지 의심이 될 정도이다. 이 상황 가운데 웃고 있는 유일한 한 명이 있다면 북한의 김정일뿐"이라고 말했다.

4일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 정신장애 관련 단체들은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의 '조현병' 발언이 혐오표현이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진정서에서 "정치권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 특정 질환이나 장애에 관한 용어를 쓰는 것은 해당 질환이나 장애에 대해 명백하게 혐오하거나 비하하려는 마음을 갖고 사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이 발언은 우발적으로 나온 발언도 아니고 31명이 미리 사전 검토하고 합의한 '서면 입장문'에 그대로 명시돼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체들은 "국회의원들이 당사자와 가족의 치료환경개선, 복지증진, 권익향상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이러한 모욕적 혐오 발언을 악의적으로 반복하는 것에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바"라며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을 가진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우리 사회에서 ‘약자 중의 약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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