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의 '성폭행 프레임 씌우기' 지침에 대해 보수언론도 "정치공방에 매달린다"고 비판했다. 색깔론을 입힌 '북한 원전' 의혹 제기 역시 '프레임 씌우기' 일환으로 설명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이 국회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정부에 '반기업, 반시장경제, 반법치주의, 성폭행' 등의 프레임을 씌우는 데 집중하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 문건을 자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사실이 2일 전자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대정부질문 가이드라인으로 ▲질문 시작부터 결론까지 일관된 프레임 씌우기 전략 구사 ▲경제무능, 도덕이중성, 북한퍼주기 이미지 각인 ▲지속적인 용어반복과 이슈 재생산을 주문했다. 여기에 정부 측 변명시간 허용금지, 정부가 답변을 변명으로 할 경우 즉시 중지 요청 등의 내용을 더했다.

4일 국민의힘 배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한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의식한 정쟁에 골몰하고, 성폭력 사건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뭐가 문제냐"고 맞받았다. 주 원내대표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민주당 자치단체장 성범죄로 일어난 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들어간 것 같다"며 "사실이 아닌 것도 아니고, 이번 선거 자체가 그래서 된 것을 국민에게 환기하라고 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로 근심에 빠진 국민을 위한 질의도 아닌 오로지 정쟁과 분열의 프레임으로 가득하다"며 "차라리 가짜뉴스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4일 주요 언론은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이 낡은 프레임 전쟁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민의힘, '성폭행 프레임' 씌우기로 표 얻겠나>에서 "2월 임시국회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생산적인 정책 논쟁과 제안을 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프레임 씌우기'를 대정부 질문 유의 사항으로 당 차원에서 제시하는 발상에 어이가 없다"고 직격했다.

한국일보는 "경제 무능, 북한 퍼주기 등 비판의 초점 또한 일부 극우보수를 제외하고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제1야당이 국회를 민생을 챙기는 장이 아니라 오로지 정치싸움의 선전장이나 선거를 앞두고 표심 자극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지난해 총선 참패를 겪고도 여전히 눈앞의 선거에 매몰돼 얄팍한 프레임 씌우기에만 애쓰는 국민의힘이 안타깝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을 두고 "이적행위" 주장을 거두지 않는 국민의힘에 대해 "얼토당토않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 역시 '종북' '친북'이라는 낡은 '프레임 씌우기 전략'의 일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시대착오적인 국민의힘의 '국회 대정부질문 지침'>에서 "의원들을 장기판의 졸로 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고, '리모컨 정치'의 구태라 아니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경향신문은 "제1야당의 '닥치고 공격' 지침이 개탄스러운 것도 대정부질문의 전통과 정도를 한참 벗어난 데 있다"며 "국민의힘은 내부 문건이 일으킨 논란과 역풍을 직시하고, 4일 대정부질문부터 이 지침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성폭행 프레임' 씌우기라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나>에서 "야당이 정책 토론을 해도 모자랄 시간에 정쟁의 프레임을 덧씌우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자당 의원들에게 배포했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특히 성폭력 문제를 그저 당리당략의 도구로 삼겠다는 국민의힘 성 의식은 참담하다. 이런 당 지도부의 일방적 지침에 소속 의원 누구 하나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이런 정신이라면 국민의힘은 국민을 대신해 대정부 질문을 할 자격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가불 정권' 비판하면서 여당 따라하는 제1야당>에서 "야당 의원들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야당 본연의 역할"이라면서 "그러나 대정부 질문이 특정 프레임에 맞춰질 경우 정책 공방이 아니라 일방적인 낙인찍기로 변질될 공산이 크다. 야당은 프레임 전쟁 같은 정치공학에 매달리기보다는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의제 발굴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의 한일 해저터널 공약을 "친일공작 DNA"라고 비판한 민주당 역시 색깔론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 해저터널' 공약의 경우, 재원부담과 실효성 때문에 무산된 지역 단골공약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친일 프레임'이라는 색깔론은 한일 양국관계에 부적절한 데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무리한 공격은 정작 '민심 이반'이나 정치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적대적 상호의존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민심을 잃고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음을 알고 성숙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안병진 경희대 교수의 의견을 전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유권자 우습게 보는 정치공세·‘묻지마 공약’, 역풍 맞는다>에서 "4월 보궐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묻지마 공약’과 구시대적 정치공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야의 포퓰리즘 공약뿐 아니라 정부의 감시·견제 기능을 넘어선 야당의 색깔공세도 문제"라며 "잊을 만하면 재연되는 ‘색깔론 공방’ 자체가 우리 정치가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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