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때로는 성실한 플레이로 동료 선수들의 귀감이 됐고, 때로는 강한 카리스마로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준 그에게 많은 팬들은 열광하고 환호했습니다. 그랬던 그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나 봅니다. 결국 36살의 나이에 은퇴를 결심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됐습니다. 강원 축구의 영원한 맏형, 이을용을 두고 하는 얘깁니다.

한국 축구의 진정한 터프가이이자 강원 FC의 든든한 맏형, 이을용이 23일 오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29라운드 대구FC와의 마지막 홈경기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합니다. 1998년 부천 SK에 입단해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이을용은 화려했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자신이 예전에 몸담았던 트라브존스포르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역 은퇴를 하는 이을용을 위해 강원 FC는 대구전에서 은퇴식을 마련해 이을용의 그간 노고를 팬들과 함께 기리고, 이을용은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예정입니다.

늘 푸른 소나무 같던 선수, 무명 신화의 주인공

▲ 은퇴경기를 앞둔 프로축구 이을용 선수 ⓒ연합뉴스
현역 생활을 하면서 이을용은 투지 넘치고 감각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크게 화려한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든든함이 느껴질 정도로 플레이에서 나오는 묵직함이 참 인상적이었던 선수였습니다. 때로는 위협적인 프리킥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고, 날카로운 크로스는 그가 몸담았던 팀의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그 덕에 그는 언제나 늘 중심에 서 있었고, 팀의 중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무엇보다 이을용은 이러한 강력한 장점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틀을 깬 선구자였습니다. 한때 축구를 포기하고 야인 생활을 하다 실업팀 한국철도에 몸담았던 그가 국가대표까지 성장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직 실력을 바탕으로 실업팀에서 프로팀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어 월드컵 멤버로 활약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피나는 노력과 땀이 만들어낸 성과였고, 많은 사람들은 '연습생 신화' '무명 반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혁신적인 길을 걸어온 이을용 덕분에 다른 후배들도 꿈을 갖고 국가대표, 프로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월드컵, 그리고 을용타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성장을 통해 이을용은 2002년 월드컵 주축 멤버로 활약할 수 있었고, 1골-2도움을 기록해 단일 대회에서만 3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한국 축구 역대 최다 단일 월드컵 공격포인트 기록입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인정했을 정도로 최고의 왼발 테크닉을 자랑하던 그는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폴란드전, 미국전 2도움, 위협적인 왼발 프리킥으로 터키전 1골을 집어넣었습니다. 특징 있는 재능을 가진 덕에 크게 주목받았고, 터키 명문팀 트라브존스포르에서 3년간 뛸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부상에다 감독이 주목하지 않아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에도 엔트리에 들어 역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을용 하면 기억나는 것이 바로 '을용타'입니다. 2003년 12월, 동아시아축구대회 중국전에서 거친 플레이를 펼친 중국 공격수 리이의 뒤통수를 때려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인 그를 보고 팬들은 오히려 크게 환호하며 '을용타'라는 별칭을 붙였습니다. '대국'이라 주장하는 중국을 상대로 거침없는 터프가이의 면모를 보여준 그에게 온갖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이후에도 강한 카리스마로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그의 활약상은 '전사 이을용'의 이미지를 굳히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것은 물론이었습니다.

팀을 위한 열정, 이을용의 헌신을 기억하라

산전주전을 겪고 월드컵에서 활약을 펼친 뒤 유럽 무대에서도 활약했던 그의 마지막 목표는 고향팀 강원 FC에서 우승을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강원 FC가 창단되자마자 34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신인 같은 마음으로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올 시즌에는 팀의 연패에 눈물까지 보였습니다. 언제나 강했던 그가 보인 눈물은 얼마나 소속팀에 대한 애정, 열정이 대단한지를 느끼게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현역 시절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팀을 위해 헌신했던 선수였습니다. 비록 그가 꿈꿨던 고향팀에서의 K리그 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우승팀 멤버 이상의 스타급 플레이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이제 이을용은 지도자 길을 걸어 '제2의 축구 인생'을 모색합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팀을 위해 열심히 뛰고 피나는 노력을 펼쳤던 '선수 이을용'을 오랫동안,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이을용이 걸어온 길 자체가 많은 축구 선수 후배들 뿐 아니라 일반 사회인들에게도 귀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화려하지는 않았어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해 그동안 한국 축구를 위해 열심히 뛴 이을용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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