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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국민의힘의 헛발질[김민하 칼럼] 북한 원전, 대법원장 탄핵, 한일해저터널...구태정치 답습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21.02.02 10:11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한 것은 이적행위라는 국민의힘 주장은 며칠 만에 바람빠진 풍선이 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반박에 나서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문제의 문건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공개된 보고서를 보면 청와대와 산자부의 그간 해명이 틀린 얘기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보고서 첫 머리에는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써있다. 사업 추진 주체로는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 공동으로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하도록 돼있다.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러 이유로 당장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취지의 단서도 붙어 있다. 적어도 이 보고서는 문재인 정권의 ‘이적행위’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들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본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보수세력은 “누가 시켰나”라고 할 텐데,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대북정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북한 원전 문제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란 사실을 다 알고 있다. 이미 1994년 제네바 합의에 포함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앞서 보고서에도 당시 합의에 의해 건설이 진행되다 중단된 자리에 다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남한의 발전소에서 송전을 하는 방안은 6자회담이 이뤄지던 참여정부 시기 비핵화를 전제로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제안한 바 있는 내용이다. 비무장지대에 원전 건설안은 새로운 얘기지만 이에 대해선 보고서에서도 여러 한계를 논하고 있다. 사실상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결국 보고서가 검토한 것은 과거에 이미 논의됐던 해법들이고, 이 논의의 전제는 북한이 비핵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새로울 게 없다. 비핵화 논의가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누구라도 과거의 논의를 검토하거나 이를 지시할 수 있었다는 거다.

물론 과거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북한에 어떤 제안을 한 것인지가 중요할 수는 있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원전 건설은 논의된 바 없다고 했으나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의 전력 사정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역시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수용하는 것이 전제일 수밖에 없는데,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는 한 무엇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논의의 필요성은 2018년 당시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사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존 볼턴 등 미국의 강경파들은 북한의 핵개발 인력에 대한 처리 문제까지 비핵화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핵의 평화적 이용에 투입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원전산업계의 이해관계도 이 대목에 반영될 여지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론을 내놓고 있다.

‘탈원전을 추진한다면서 북한에 원전이 웬말이냐’는 주장도 있는데, 이게 정권이 더 완전한 형태로 탈원전을 추진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이라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적행위’와는 다른 문제다. 문재인 정권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등 일부 문제에 손을 댔을 뿐, 원전과 관련한 전부의 포기를 선언한 일은 없다. 실제로 한수원의 ‘원전 세일즈’는 이 정권에서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해외 수주한 원전의 후속조치도 진행되고 있다. 2019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만나서 “앞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 한국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한 일도 있었다. 이런 정도의 정책적 우선순위라면 비핵화의 일환으로 원전 건설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모든 맥락을 무시하고 ‘이적행위’로 달려가 버린 국민의힘 등 보수세력 주장은 선거를 앞두고 문제를 부풀려 논란을 키웠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탈원전을 경제 이슈로 이해하는 중도층의 거부감과 ‘북한 퍼주기’에 대한 보수적 유권자층의 반발을 하나로 묶겠다는 셈을 한 게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런 1차원적 산수로는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색깔론이라는 과거의 쉬운 프레임에 기댄 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를 중심으로 그간 중도적 변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과연 변화가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단지 김종인 비대위가 문제가 아니라, 김종인 비대위‘마저도’ 구태정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판사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을 거론하며 ‘맞불 작전’을 펴는 걸 보면 보수세력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주장을 하면서 지난 총선을 부정선거로 보는 세력의 주장을 인용했는데, 황당한 얘기를 갖고 ‘사법부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 선거와 관련해선 ‘한일해저터널’이 등장했다. 가덕도신공항으로 경제 이슈를 대체하려는 여당의 선거 전략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가덕도신공항을 지지한다며 더 비현실적인 개발이슈를 꺼내드는 것은 역시 구태한 모습이다. 색깔론과 개발 이슈만 갖고 치르는 선거에서 2단계든 3단계든 후보 단일화를 한들 과연 효과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기고 싶다면 신속하게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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