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에서 1승 2패로 벼랑에 몰린 롯데가 20일 4차전에서 장원준의 호투와 이대호의 쐐기포에 힘입어 3차전의 완봉패를 SK에 그대로 설욕했습니다.

롯데의 공격 흐름은 이날도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3회초 2사 만루와 4회초 1사 2루의 기회를 무산시켰으며 5회초에는 1사 2루에서 김주찬이 안타를 기록하고 2루로 향하는 사이 2루 주자 조성환이 홈을 파다 횡사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조성환은 포수 정상호가 2루 송구를 위해 홈을 비웠으며 다음 타자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기회에 약한 손아섭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투수 윤희상이 홈 베이스를 커버해 조성환이 아웃되면서 롯데는 선취점 기회를 무산시키는 듯했습니다.

조성환이 3루에 멈췄어도 1사 1, 3루였고 1루 주자가 발 빠른 김주찬이라 도루나 위장 스퀴즈 등을 통해 1사 2, 3루를 만들어 병살의 위험성을 회피할 수 있었음을 감안하면 무리한 베이스 러닝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속된 2사 2루에서 손아섭의 좌전 적시타로 롯데는 선취 득점이자 결승점을 뽑았습니다. 손아섭은 1차전과 3차전의 득점권 기회에서 초구를 공략해 번번이 실패하자 이날은 볼 카운트를 길게 끌고 가며 변화를 시도했는데 3회초에는 2사 1, 2루에서 6구 끝에 볼넷으로 출루해 기회를 이어줬고 5회초 역시 6구 승부 끝에 적시타를 터뜨려 초구 공략 실패로 인한 부진을 만회했습니다. 만일 손아섭이 5회초 범타로 물러나 롯데가 선취 득점에 실패했다면 분위기가 반전되어 5회말 중심 타선으로 이어지는 SK 공격에서 선취점을 내주며 4차전으로 시리즈를 마감할 수도 있었습니다.

5회초에 손아섭이 부진을 씻었다면 6회초에는 이대호가 플레이오프 첫 홈런을 신고하며 부진을 씻었습니다. 이대호는 6회초 구원 등판한 이영욱의 3구째 커브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터뜨려 1점차 살얼음 리드에 여유를 불어넣었습니다.

▲ 20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4회말 1사에 구원등판한 롯데 장원준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 타선이 9안타 2볼넷으로도 2득점에 그쳐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양승호 감독의 빠른 투수 교체가 적중했기 때문입니다. 선발 부첵이 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4회말 1사 후 최정에게 볼넷을 내주자 주저 없이 장원준으로 교체했는데 장원준은 4이닝 동안 52개의 효율적인 투구 수로 단 1피안타 1볼넷으로 무실점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사실 장원준의 교체 시점은 모험에 가까웠습니다. 왜냐하면 1차전에 선발 등판한 장원준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다 4회초 1사 후 박정권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후 부진에 빠지며 4실점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0일 박정권을 상대로 장원준을 등판시킨 것은, 1차전에서 안치용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고원준이 19일 3차전에서 안치용을 상대로 등판하자마자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김강민의 2타점 쐐기 적시타의 빌미를 제공한 장면까지 연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장원준은 이날 4차전 1사 1루에서 초구에 박정권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고 양승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아마도 양승호 감독은 장원준이 1차전에서 3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한 뒤 무너진 것을 감안해 경기 중반 승부처에서 3이닝 정도를 소화해주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장원준에 이은 임경완과 김사율의 투입도 성공하며 롯데는 팀 완봉승을 거뒀습니다.

SK 선발 윤희상은 5이닝 6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19일 롯데 선발 사도스키가 그랬듯이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윤희상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과 이날 경기의 호투를 통해 내년 시즌에는 SK의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되어 활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였습니다.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가 큰 경기에서 호투한 뒤 다음 시즌에 비약적으로 성장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 포크볼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선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과용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포크볼 이외의 변화구를 동계 훈련을 통해 보완해야 합니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놓고 벼랑 끝에서 벌어지는 5차전은 롯데의 송승준과 SK의 김광현의 맞대결로 예고되었는데 2차전부터 4차전까지 모두 선취 득점한 팀이 승리했다는 점에서 5차전 경기 초반 두 선발 투수가 상대 타선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롯데는 사직 구장의 낮 경기 징크스를 털어버리는 것도 절실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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