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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도 "법의 사각지대"라는 방송사-홈쇼핑 연계편성재승인-재허가 반영 방침에 아랑곳 안해…"유튜브 뒷광고보다 폐해 심각"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2.02 09:04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협찬 고지를 필수로 하는 협찬제도 규제를 정비하고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조건에 이를 포함시켰지만 방송사의 연계편성은 여전하다. 방송 화면 아래 '해당 영상은 협찬을 받아 제작했다'는 한 줄 고지가 더해졌을 뿐이다. 

지난달 28일 MBC ‘생방송 오늘아침’ ‘내 몸 체크리스트, 막힌 혈관 방치하면 돌연사까지?’편은 오메가3를 소개했다. 출연자는 평소 식생활습관을 소개하던 중 혈관을 맑게 하기 위해 오메가3를 섭취한다고 밝혔다. 자막으로 ‘오메가3 제품을 협찬 받았다’는 고지가 한 줄 포함됐다.

1월 28일 오전 MBC '생방송 오늘아침'과 롯데홈쇼핑 방송 화면 (사진캡쳐=미디어스)

방송에서는 오메가3 지방산을 현명하게 섭취하는 방법과 함께 물과 돼지기름, 식용유를 담은 컵과 식용유 대신 알티지 오메가3를 담은 컵을 비교하는 실험을 통해 오메가3의 효능을 설명했다. 동 시간대 바로 옆 채널인 롯데홈쇼핑은 오메가3 영양제를 판매했다.

SBS ‘모닝와이드’는 지난달 18일 다이어트 성공 비결로 ‘시서스’라는 식품을 소개했다. 일반인 출연자가 다이어트 비법으로 시서스 가루를 음식에 뿌려 먹는 장면 등이 등장했다. 같은 시간  CJ오쇼핑에서는 시서스 다이어트 제품을 판매했다.

같은 날 MBC ‘생방송 오늘아침’에서 일반인이 나와 '시서스'를 소개했고, 같은 시간에 현대홈쇼핑에서 시서스 제품을 판매했다. 1월 25일 SBS ‘좋은 아침’에서 ‘매스틱’이라는 제품을 소개했고 같은 시간 CJ오쇼핑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했다.

교양 등의 방송프로그램에서 특정 상품의 효과를 설명하면 방송 직후 홈쇼핑 채널에서 상품을 시연하는 이른바 ‘방송사업자-홈쇼핑 연계편성’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에서 2019년 11월부터 석달 간 지상파, 종편 등 6개 방송사를 모니터링한 결과, 연계편성 횟수는 총 423회였다. 

방송사별로 SBS가 ‘좋은아침’, ‘모닝와이드’, ‘생방송 투데이’ 등 5개 프로그램에서 총 127회 연계편성했다. MBN은 ‘MBN 특집다큐’, ‘엄지의 제왕’, ‘천기누설’ 등 4개 프로그램에서 총 105회, TV조선이 5개 프로그램에서 80회, MBC가 3개 프로그램에서 49회, JTBC가 4개 프로그램에서 37회, 채널A는 3개 프로그램에서 25회를 편성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방송통신위원회 모니터 결과'로, 방통위 사무처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석 달간 6개 방송사의 연계편성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자료출처=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는 연계편성이 성행하는 원인을 협찬 관련 법 조항이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으며 지난해 10월 필수협찬 고지규정을 신설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현행 방송법은 ‘협찬 고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나 정작 ‘협찬’에 대한 규정이 없어 규제 예외 대상이었다. 

방통위는 개정안에서 협찬을 ‘방송프로그램의 제작 또는 공익적 성격의 행사·캠페인에 직접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협찬 금지 대상을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나 단체로 정하고, 시사·보도·논평·시사토론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협찬을 금지했다.

또한 ‘필수적 협찬고지’에 따라 방송프로그램에서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 또는 용역과 관련된 효능이나 효과 등을 다루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반드시 협찬고지를 하도록 했다. 방송사업자가 5년 동안 협찬 관련 자료를 보관하도록 ‘자료 보관·제출의무’도 마련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17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됐다. 과방위는 의안 검토 보고서에서 “최근 일부 지상파 방송사업자 등과 홈쇼핑 간 연계편성이 이루어지면서 방송사업자가 협찬받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시청자의 합리적 소비를 방해한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협찬을 정의하고 그 허용범위 등을 법률에 규정하는 것은 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사망여우TV'의 1월 27일자 '선 넘네, 방송국 놈들' 화면 갈무리

하지만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시행된다고 해도 연계편성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속해 있다. 현행 방송광고판매대행법은 '광고대행자가 방송사업자의 방송프로그램 기획, 제작, 편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연계편성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2015년 방통위가 연계편성과 관련해 MBN에 과징금 2억4,000만 원 처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디어렙과 MBN이 편성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광고대행자가 편성에 개입한 증거가 없는 이상 방통위가 이를 수사, 처벌하기란 어렵다. 

기업과 인플루엔서들의 허위 과대광고를 저격하는 유튜브 채널 ‘사망여우TV’는 지난달 27일 연계편성을 지적하는 영상을 올리며 “연계편성이 협찬인지 모르는 이유는 일반인이 출연하며 출연자만의 비밀이라고 말하거나, 의사까지 나와 추천하는 식으로 시청자에게 광고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게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와 종편 가릴 것 없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더 많은 건강프로그램을 가장한 뒷광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다이어트 보조제를 연계편성한 SBS ‘모닝와이드’가 앞서 유튜버들의 뒷광고를 지적한 방송분에 대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며 “수년 동안 수백번의 방송으로 시청자를 기만하고 있는 당신들이 할 말은 아니지 않냐”고 목소리 높였다.

사망여우TV는 “방송사가 시청자를 기만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연계편성을 금지하거나 시청자를 기만하는 연출 자체를 금지하면 된다”며 “그런데 방통위는 단순히 협찬만 고지하게 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건강 ‘정보’를 빙자한 광고, 시청자를 기만하는 연출, 홈쇼핑 연계편성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방송사들이 어떻게 광고하든 시청자들이 잘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유튜브 뒷광고보다 방송의 폐해가 더 심각하다. 방송법이 전면개정 되지 않는 이상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면서 “‘연계편성을 하고 있다’는 정보가 고지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장 법이 개정되지 못하더라도 실제로 할 수 있는데 수년째 방치한 부분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강제력이 없더라고 방송사 재승인·재허가에 이를 적극 반영하는 등 방통위가 가진 시정조치나 권고 등 행정권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조건에 연계편성 관련 조항을 포함시켰다. 지상파4사에 대해 ‘홈쇼핑 연계편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품협찬 사실을 방송에서 3회 이상 고지할 것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JTBC와 MBN에 대해서는 재승인 조건 중 하나로 협찬을 받은 프로그램에서 협찬받은 사실을 최소 3회 이상 고지할 것과 방송된 이후 7일 이내에 프로그램명과 협찬 받은 상품 또는 용역의 명칭을 방송사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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