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연합뉴스 중징계 논란과 관련해 '부당정직' 판정을 내렸다. 앞서 이 사건 당사자인 연합뉴스 직원 A씨는 회사로부터 내부고발에 따른 보복성 중징계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측은 A씨의 해사 행위에 대한 징계로 내부고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28일 A씨 측에 따르면, 서울지노위는 27일 오후 A씨에 대한 연합뉴스의 '정직 9개월' 징계 처분이 '부당정직'이라고 판정했다. A씨는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통해 자신에 대한 연합뉴스의 정직처분을 취소하고, 징계기간동안 받지못한 임금을 회사가 지급할 것을 요청했다. 서울지노위는 A씨에게 "심판위원회는 신청인의 구제신청을 인정하는 판정을 했다"고 통보했다. 판정서는 30일 내로 당사자에게 송달된다. 연합뉴스측은 판정서 내용을 파악한 후 향후 대응방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스)

A씨 부당정직 구제신청 건을 담당한 권일권 노무사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연합뉴스는 A씨 개인적인 사유를 이유로 징계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내부자 고발'이었다"고 말했다. 권 노무사는 "A씨는 국고지원 사업에 대해 조직이 긍정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랐는음에도 불구하고, 연합뉴스는 추후 지원금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로 내부고발을 막기위해 징계를 이용한 것 아닌가 추정된다"며 "그런 부분을 노동위에서 면밀히 살펴 정당한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권 노무사는 "심문회의장에서 상당히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저희는 내부고발에 대해 부당한 처분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고, 연합뉴스는 A씨가 본인의 승호제한에 대한 불만을 표하면서 해사행위를 해 징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결국 노동위가 내부고발에 따른 징계라는 저희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서울지노위 판정에 대해 "사필귀정이다. 저를 지원해 준 시민과 시민단체들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연합뉴스가 바로서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 연합뉴스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가 '정직 9개월' 중징계로 대응했다고 호소해왔다. A씨는 해당 사업의 문제점으로 ▲개발 시스템 일부 기능 누락 ▲단종기기 납품에 따른 저장장치 용량증설 불가 ▲일부 사업 솔루션 방치 등을 지적했으며 연합뉴스 공식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사내게시판에 해당 사업의 문제점과 연합뉴스 자체 감사보고서를 게재했다.

실제 연합뉴스 감사팀이 2018년 11월 내놓은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사업 심층감사 보고서'에는 사업연도별로 진행된 각 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나 있었다. 연합뉴스는 정부 보조금이 투여된 사업에서 필요없는 고사양의 소프트웨어를 고가에 사들이거나, 반대로 부실 장비를 계약하거나, 단종 예정 장비를 구매하거나, 계약 납품업체를 검증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일들을 반복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2년~2016년까지 진행된 해당 사업의 규모는 총 180억원으로 이 중 120억원은 문체부가 부담했다. 이는 연합뉴스에 지원되는 연 300억원 가량의 정부구독료와는 별개의 정부보조금이다.

연합뉴스는 A씨 인사위 징계 확정 통보서에서 ▲감사보고서 무단 유출 및 삭제 지시 불응 ▲직장질서 문란 ▲부서 내 불화 조성 ▲업무지시 거부 ▲승호제한 관련 부적절한 사내게시물 작성 등을 징계사유로 적시했다. 연합뉴스는 미디어융합 인프라구축 사업에서 일부 관리소홀 문제점이 드러났으나 조치를 전부 마쳤고, A씨에 대한 '9개월 정직'은 내부고발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A씨가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제기하면서 참여연대, 내부제보실천운동 등 시민단체는 서울지노위에 A씨에 대한 연합뉴스의 중징계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의견서에서 "징계처분의 근거로 제시한 사유나 징계양정에 비추어 볼 때 회사 비위를 묵인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한 제보자에 대한 보복과의 관련성은 반드시 심리돼야 한다"면서 "승호제한 처분에 대한 문제제기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린 것이 징계사유로 적절한지 의문이며, 징계양정 역시 연합뉴스가 제시한 징계사유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무겁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또 "연합뉴스는 언론사이자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우리사회의 공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며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 부적절한 게시글을 올렸다는 이유 등으로 과도한 징계 처분을 하는 것은 내부고발에 기초해 사회문제를 바로잡고자 하는 언론사의 기능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의견서에서 "연합뉴스가 제보자에 대해 감사보고서 무단 유출 및 삭제 지시 불응 등의 이유로 제보자를 정직 9개월 중징계한 행위는 지금까지 여러 조직에서 해왔던 전형적인 제보자 입 막기 식의 탄압"이라며 "공익제보 이후 사건의 본질을 회피하고, 제보자를 조직에서 제거하여 사건을 축소하려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연합뉴스 측은 제보자에 대한 징계와 공익제보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징계사유가 감사보고서 유출이라는 점과 제보 이후 중징계라는 현 상황은 제보 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판단된다"며 "이 사건 징계행위에 대해 공익제보자에 대한 탄압의 소지를 충분히 살펴 투명성의 원칙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탄원했다.

한편 문체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 연합뉴스 실사 등을 진행 중이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감사 등을 위한 사건송부를 결정하고 문체부에 관련 공문을 보냈다.

A씨는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도 함께 신청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A씨는 "권익위는 왜 공익신고자 보호조치가 조속히 이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노위 판정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지노위 판정이 나오자 한달 후 판결문을 봐야할 것 같다고 미뤘다"며 "(사건이)중앙노동위원회를 가게되면 또 미룰 건가"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