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K리그 순위에서 시, 도민구단이 6강 플레이오프권인 6위 안에 올라있는 팀은 한 팀도 없습니다. 그나마 2연승을 달리며 6강권 진입에 근접해있는 경남 FC만 선전하고 있을 뿐 처음 창단한 대전 시티즌을 비롯해 대구 FC, 인천 유나이티드, 광주 FC, 강원 FC 등 나머지 팀들은 나란히 10위권 밖에 자리해 있습니다. 선두를 달렸던 대전과 돌풍을 일으켰던 대구가 보였던 초반 기세는 온 데 간 데 없고 늘 하위권을 도맡는다 해서 붙인 별칭 '대대강광'이라는 말은 올 시즌에도 적용됐습니다. 크게 뜰 줄 알았던 K리그 시, 도민 구단들이 올해도 예년과 같은 성적으로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 하위권에만 5개 시, 도민 구단 자리

상황이 그럴 만도 했습니다. K리그 전체를 강타한 승부조작 사태에 가장 중심에 서 있던 팀이 바로 시민구단이었습니다. 여기에다 정치 코드 인사, 외압에 의한 내부 갈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시즌 내내 이어졌습니다. 강원 FC는 대표이사 선임 문제가 여전히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으며, 인천 유나이티드는 홈구장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던 숭의 아레나 건립문제가 지지부진해 애를 태웠습니다. 대전 시티즌은 코드 인사, 대폭 물갈이 등으로 역시 어수선한 중반을 보내야 했으며, 경남 FC, 광주 FC도 내부적인 크고 작은 문제들 때문에 한때 곤욕을 치렀습니다.

팀 자체가 흔들릴 정도의 문제들이 자꾸 생기다보니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강원 FC는 일찌감치 최하위권으로 처졌고, 초반 선두를 달리며 돌풍을 예고했던 대전은 승부조작 사태 이후 급격히 추락하며 15위에 자리했습니다. 6강진입이 유력했던 인천 유나이티드 역시 10경기 연속 무승(8무 2패)을 이어가다 결국 2년 연속 6강에 오르지 못하고 중하위권으로 처졌습니다. 11위부터 16위 가운데 시, 도민 구단이 차지한 자리는 군(軍)팀인 14위 상주 상무를 제외한 나머지 5개 팀들이 모두 차지했습니다. 성적이 곤두박질치니 관중 흥행 역시 실패한 시즌이 됐습니다.

▲ 강원 FC와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 장면 ⓒ연합뉴스
승강제 갈림길, 마지막을 잘 보내야 산다

하지만 그래도 시, 도민 구단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합니다. 오히려 내년이 시, 도민 구단들의 운명이 갈리는 중요한 한 시즌이 될 수 있습니다. 승강제 도입으로 부실한 경영이 문제로 지적된 팀 몇 개가 2부리그에서 시작될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팀 운영을 했는지, 탄탄한 구조를 갖고 팀 운영을 했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이참에 시, 도민 구단들이 '제2의 창단'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점에서 내년은 시, 도민 구단들에게 중요한 한해가 될 것입니다. 기업 구단과 함께 동반 성장해야 하는 시, 도민 구단들의 존재 자체가 그래도 여전히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 가운데서 시, 도민 구단 체질개선이 제대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마지막을 시, 도민 구단들은 잘 맞이해야 합니다.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팀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 시, 도의 예산 편성, 운영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내년을 앞두고서 마지막이라도 희망을 보여준다면 내년에 좀 더 의욕적으로 시, 도민 구단이 나아갈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K리그 막판 순위 싸움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볼거리를 시, 도민 구단들이 스스로 만드는 계기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 광주FC ⓒ연합뉴스
의미있는 광주 FC의 막판 선전

그런 맥락을 따라 '신생팀' 광주 FC의 막판 선전은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광주는 패배를 잊고 사는 팀으로 거듭나며 최근 5경기에서 3승 2무 무패의 놀라운 성적으로 K리그 전체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잘 갖춰진 조직력을 앞세워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됐고, 그 사이 이승기, 박기동 등이 국가대표에 발탁돼 광주 FC의 발전 가능성을 높인 원동력을 만들어 냈습니다. 광주의 막판 상승세에 실낱같은 6강 희망을 가졌던 성남 일화는 발목이 잡혔고, 지난 28라운드에서도 전남 드래곤즈가 광주에 덜미를 잡혀 5위에서 7위로 곤두박질쳐 '고춧가루 부대'의 명성을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막판에 중요한 변수의 팀이 되니 당연히 언론이나 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기세를 이어 광주는 창단 첫 해에 10승을 채우는(현재 9승 8무 11패) 꿈 달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다른 팀들이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마지막까지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서도 막내 시, 도민 구단 광주 FC의 선전은 신선한 바람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시, 도민 구단에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만 1997년 대전 시티즌이 창단해 시, 도민 구단 역사가 본격 시작된 이후 인상적인 성적을 냈던 적은 많았습니다. 2002년 대전 시티즌이 FA컵 첫 정상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2005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준우승은 시, 도민 구단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습니다. 또 2007년 경남 FC의 창단 첫 해 6강 진입, 2009년 강원 FC의 흥행 돌풍 역시 마찬가지로 시, 도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며 성공했던 케이스로 지금까지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투자와 지원, 지속성만 잘 유지된다면 시, 도민 구단도 충분히 명문 구단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왔습니다. 운명의 갈림길을 앞둔 시점, 시, 도민 구단은 올해 있었던 아픔을 잘 되새기고 그래도 깔끔한 '유종의 미'를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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