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 축구계를 '강타했던' 사건은 바로 '신성'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 춘천FC 감독의 한마디 말이었습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아랍에미리트전을 마치고 소속팀 독일 함부르크 SV로 가기 위해 출국하는 손흥민을 배웅하는 길에 손웅정 감독이 당분간 아들을 대표팀에 뽑지 말아달라는 발언을 한 것이었습니다. "손흥민은 아직 대표팀 주전감이 아니다. 즉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대표팀 발탁을 자제해 달라"고 취재진에게 말하며 아예 박태하 대표팀 수석코치에 전화를 걸어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까지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함께 있던 손흥민은 아버지의 모습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파문은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대표팀 선수 차출 논란이 소속팀과 대표팀을 넘어 선수 개인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는 논란이 확산되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 손흥민 ⓒ연합뉴스
손웅정 감독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한 찬반양론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표팀 발탁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대 여론과 유럽파가 많아진 가운데서 한번쯤 차출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으면서 굳이 경기에 쓰지 않을 것이면 선수를 혹사시킬 이유가 있느냐는 동정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어떤 논리가 맞고 틀린지는 저마다 장단점이 있고 일리가 있는 만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선수 차출 문제를 한번쯤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됐던 사건이었음에는 틀림없었습니다.

문제는 손흥민이 자신에게 쏟아진 엄청난 시선을 어떻게 감당해내느냐였습니다. 분데스리가 데뷔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부쩍 성장했던 그였지만 어쩌면 자신의 축구 인생과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의 중심에 서서 그에 따른 부담을 얼마나 잘 털어낼 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이번 일과 관련한 발언을 한 것도 아니었고,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아버지 손웅정 씨 사이에 벌어진 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은 본인 입장에서도 상당한 심적 아픔과 부담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그래도 손흥민은 손흥민이었습니다. 파문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묵묵히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고 시즌 3호골을 터트리며 팀의 2-1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낸 듯 그는 활짝 웃어보였고, 경기 후 현지 언론들은 MVP, 최고 평점으로 높이 평가했습니다.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감독이 교체되고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손흥민은 팀이 원하는 골을 터트리고 시즌 2승에 큰 역할을 하며 활발한 청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자칫 오래 갈 수 있는 논란, 그로 인한 경기력 저하가 우려됐던 상황에서 단번에 이를 잠재운 통쾌한, 의미 있는 골이었습니다.

19살의 나이에 갑작스런 논란으로 여러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논란을 키우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손흥민이 그저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이 기회를 전환점으로 삼아 더 강해진 손흥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오히려 어린 나이에 이런 경험을 통해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더욱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여론은 선수를 논란의 소재거리로 삼고 아프게 하는 것보다 좀 더 격려하고 박수 보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손흥민은 여전히 한국 축구의 자라나는 기둥이자 빅스타로 크게 떠오를 수 있는 샛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른들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도 어느 정도 정리된다면 손흥민이 마음 놓고 제 기량을 더 발휘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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