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리그 경기장을 가면 자주 듣는 서포팅 응원이 있습니다. 바로 '정신 차려! 심판'입니다. 애매하고 황당한 판정들이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과 이를 지휘하는 코칭스태프를 당황하게 했고, 이는 자연스레 판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애매한 판정을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심판 교육을 강화하고, 중요한 경기에서는 양쪽 골대 뒤에 부심을 더 두는 6심제까지 활용하기도 했지만 크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K리그 심판들이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 요즘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는 오심, 재미-권위 다 떨어뜨린다
오심 논란은 최근 한 달 들어 자주 나왔습니다. 지난 3일 열린 수원 삼성과 FC 서울 슈퍼매치에서 후반 33분, 스테보의 선제골을 도운 박현범이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헤딩으로 패스한 것이 드러났지만 심판진은 이를 보지 못했고 결국 이 한 골로 1-0 수원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경기 후 프로축구연맹은 비디오 판독을 해 해당 부분이 오프사이드였음을 밝혀냈고 오심이었음을 인정했습니다. 경기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많은 관중이 들어찬 경기에 석연치 않은 판정 하나로 경기 결과가 갈려 조금은 씁쓸하게 마무리됐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오심이 정작 중요한 순간에 계속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순위 경쟁을 넘어 자존심 대결이 대단한 슈퍼매치, 우승컵이 걸린 결승전, 순위 싸움의 향방이 걸린 경기에서 심판들의 애매한 판정은 흐름을 끊고 결과적으로 재미를 반감시키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심판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심판위원회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하나 실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 그렇지 못하다보니 선수, 코칭스태프,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런 오심 논란이 나올 때마다 나오는 해명은 '심판도 사람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같은 애매한 판정들을 두고 과연 심판 판정을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를 생각하면 물음표를 달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6심제를 둔 상황에서도 오심이 나오고 깔끔한 판정이 나오지 않은 것은 분명히 곱씹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이러한 판정 하나에 경기 결과가 좌우되는 수준이라면 이것 역시 심판들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스타 심판 콜리나와 감독 간의 열린 대화
이미 국제적으로도 이 오심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장 지난 남아공월드컵에서 톱뉴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심판 판정 문제였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심판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며 잘라 말했지만 어이없는 판정 하나에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비디오 판독, 스마트볼 도입 등 기술적인 보완을 통한 판정 논란 종식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 '스타 심판'의 대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외계인 주심'으로 불리는 피엘루이지 콜리나 주심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심판입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톡톡 튀는 외모 못지않게 대쪽 같은 날카로운 판정으로 스타 심판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05년,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잇달아 판정 정확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타나자 세리에A 감독들을 불러 심판 판정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콜리나는 오심 논란이 있었던 것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판정 판단 기준에 대해 감독들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토론 후 안첼로티 당시 AC밀란 감독은 "그의 경험을 존중한다. 그는 매우 유능한 인물이다"면서 토론회에 대한 만족감을 표하는 등 참석자들은 전반적으로 발전적인 자리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논란이 있을 때 실질적으로 그라운드에 있는 심판과 지도자 간에 토론을 해서 판정 가이드라인이 확실하게 나오고 이해를 한다면 그만큼 심판의 권위도 살고 그와 동시에 책임감을 갖고 판정을 내리는 계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콜리나 주심의 책임 있는 기지가 발휘됐던 순간이었습니다.
김종혁 주심의 용기 있는 사과
이 글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기술적인 보완을 통해 오심 논란을 줄이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심판들이 마인드적인 면에서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변화하려는 의지부터 갖고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콜리나 주심의 열린 자세를 통한 권위 향상과 책임감 고취, 김종혁 주심의 용기 있는 사과를 통한 변화 의지는 분명히 행동으로 보여주려 하는 우리 심판들 전체에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년이면 K리그 30년, 그리고 승강제를 도입하는 변혁의 시기를 맞이합니다. 그에 걸맞게 심판도 좀 더 업그레이드된 '우수 심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K리그, 한국 축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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