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투위 33주년 성명서

오늘은 정의와 양심으로 무장한 우리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들이 온 몸을 던져 자유언론을 실천하려다 거리로 내 몰린지 꼭 33년이 되는 날입니다. 1975년 3월 17일 새벽, 언론자유의 마지막 보루를 사수하기 위한 그 처절한 몸부림이 폭력으로 짓밟히고,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채 우리는 그동안 가시밭 삶을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자유언론이 과거 어느 한 특정시대의 화두나 투쟁목표가 아니라, 모든 언론인들이 항상 끊임없이 실천해나가야 할 과제이며, 따라서 자유언론실천운동은 33년 전의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운동이어야 함을 후배 언론인들에게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33년 전 당시 우리는 언론자유의 회복과 언론인의 각성을 촉구하는 언론계 바깥의 외침과 질타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유언론실천에 매진할 것을 천명했으며, 광고탄압의 어려움을 헤치고 정의의 길로 동행하자고 했던 동아일보는 민족과 민중을 배신하고 자유언론 실천의 주역들을 거리로 내쫓음으로써 자유언론의 깃발을 내려버렸습니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오늘날까지 동아일보를 비롯한 족벌언론들은 진실의 발견과 공정보도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망각한 채 왜곡과 일탈, 갈등과 분열을 일삼는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동아일보는 언론의 본질인 권력 감시와 견제기능을 저버리고, 오히려 권력의 방패로 표변해버렸습니다. 얼마 전 그토록 권력에 비판적이고 도덕성 검증에 앞장섰던 동아일보가 갑자기 보도기준을 바꾸어 새 정권의 홍보매체나 집권당의 당보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과거 여론독점과 왜곡의 주역인 이른바 '조중동'에서 '동조중'으로 그 서열변화를 실감나게 합니다. 올해로 88년 미수에 접어든 동아일보가, 이제는 판단이 흐려질 정도로 노쇠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오늘, 다시 한 번 동아일보에 대해 진심어린 충고를 하려고 합니다. 동아일보는 더 이상 오욕과 거짓의 장막 속에 갇혀있지 말고 태양 가득한 진실의 광장으로 나와서 지난 역사 앞에 사죄해야합니다. 이른바 문화주의 허울을 쓰고 일제의 지배를 합리화한 죄, 민족의 분단과 분열을 책동한 죄, 유신독재와 야합하여 자유언론의 주역들을 내몬 죄, 군부독재에 빌붙어 그들의 나팔수 노릇을 한 죄, 기득권층의 보호막이 되어 민중의 아픔을 외면한 죄, 이 모든 죄악을 민족과 역사 앞에 고백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합니다. 33년 전 그 처절한 현장을 지켜보았던 김병관 회장이, 선친인 김상만회장과 마찬가지로 끝내 사태해결의 책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떠나버린 것은, 고인에게도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서도 각성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자유언론을 온몸으로 지키려다 떳떳하게 일자리를 빼앗긴 참 언론인들입니다. 민주화투쟁의 앞자리에 섰던 사람들에 대한 명예회복이나 보상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며, 그 책무의 시작은 이른바 동아일보의 광고탄압과 그 뒤 자행된 야합과 굴종의 진실을 먼저 규명하는 일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언론개혁의 첫걸음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유신정권의 혈통을 이어받은 이명박 정권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동아사태의 진실을 밝히고,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12분의 위원들이 가슴에 멍을 안은 채 저 세상으로 떠나셨으며, 대부분 이순을 넘기고 백발이 성성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선진화와 겨레의 하나 됨을 위한 우리의 강한 뜻은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결코 마모되지 않고 여전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 저 남녘에서부터 또 다시 봄 꽃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여전히 기나긴 겨울 동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탄압과 대량해직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서는, 또한 우리의 참뜻이 제대로 평가받지 않고서는 여전히 겨울이기 때문입니다. 찬란한 봄은 아니더라도, 소박한 봄이라도 맞고 싶습니다.

끝으로 역사 앞에 완전범죄는 없다는 사실을 동아일보에게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하는 바입니다.

2008년 3월 17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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