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를 맞은 '신태용 성남'의 2011년은 솔직히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습니다. 2009년 K리그와 FA컵 준우승, 그리고 2010년에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둬 나날이 발전하는 팀의 면모를 보여줬지만 주축 선수 대거 이탈, 부상자 속출 등으로 제대로 된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며 올해는 한때 리그 15위까지 처지는 아픔을 맛봐야 했습니다. 줄어든 구단 지원, 특출한 스타 플레이어가 많지 않은 것도 안타까웠지만 시즌 초반부터 이런 분위기 속을 정면 돌파해야 하는 것 자체가 '신태용 성남'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평소 힘든 소리 잘 안 하는 신태용 감독이 "솔직히 어렵다"고 한때 하소연했을 정도로 막막하기도 했고,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태용 성남'은 3년차에도 큰일을 해냈습니다. 천안에서 성남으로 연고 이전한 뒤 단 한 번도 우승해보지 못한 FA컵을 들어 올리고 만 것입니다. 15일 오후, 비와 천둥번개가 동반한 궂은 날씨 속에서 홈인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가진 결승전서 '신태용 성남'은 후반 32분, 홍철의 코너킥에 이은 조동건의 감각적인 헤딩 결승골로 수원 삼성에 1-0 승리를 거두고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팀 역사적으로도 1999년 천안 일화 시절 이후 12년 만의 우승이었지만 신태용 감독이 국내 대회에서, 그것도 홈에서 거둔 첫 우승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달랐습니다. 빗속 혈투 속에서 거둔 우승, 특히 2년 전 FA컵 결승에서 패했던 수원에 앙갚음하는데 성공해서였는지 선수와 신태용 감독이 느낀 기쁨은 대단했습니다.

▲ 15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1 하나은행 FA컵 결승 성남일화와 수원삼성의 경기에서 성남이 우승을 차지한 후 신태용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성남 일화였지만 올해 신태용 감독이나 선수들이 FA컵에 대한 마음가짐은 아마 AFC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했던 것 이상으로 간절했을 것입니다. 지난 2년에 비해 어려워진 팀 사정, 팀 내부적으로 온갖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를 한꺼번에 지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던 무대가 바로 FA컵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미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있던 팀이었기에 다시 한 번 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FA컵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습니다.

이적, 주축 부상, 체력 문제...산전수전 다 겪었던 성남의 2011년

분명 올해 성남의 분위기는 어려웠습니다. 시즌 전부터 정성룡, 몰리나, 조병국 등 주력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는가 하면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던 외국인 공격수 라돈치치, 그리고 새로 영입했던 브라질 외국인 선수 까를로스까지 부상으로 전력 이탈을 하는 등 전력 가동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시즌 초반에 워낙 많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경험 적은 신예 선수들로만 팀을 꾸려야 했고, 이는 곧바로 하위권 성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조직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컵대회에서도 똑같은 스쿼드로 경기를 치러 맞춰가야 하는 형편이었고, 그 덕에 선수들의 체력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주장을 맡겼던 샤샤는 FC 서울 이적을 추진하려 해 신태용 감독을 화나게 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 챔피언'에 올랐던 팀이 몰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FA컵 결승전을 치르기 직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주 상무에서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과시하고 제대해 성남에 다시 들어온 김정우였지만 복귀전에 발목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12년 만의 FA컵 우승 도전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에 신태용 감독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정면 돌파와 패기로 거둔 FA컵 우승, 값진 열매 맺었다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은 정면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경험한 패기를 바탕으로 꿋꿋하게 이겨내려 했습니다. 그 덕에 젊은 선수들은 서서히 전력을 끌어올렸고, 부상에서 복귀한 라돈치치, 새롭게 영입된 에벨톤, 에벨찡요 등이 가세하면서 전력은 한층 더 강해졌습니다. 8월 이후 성남은 리그 9경기를 치르며 6승 1무 2패를 거두며 힘을 냈고, 선수들의 경기력, 분위기는 확실히 지난해 강팀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복귀했던 김정우의 불의의 부상에도 선수들은 결코 주눅 들지 않았고, FA컵 3연패에 도전한 수원을 맞아 자신 있는 경기를 펼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강한 빗줄기로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여기에 수원의 파상공세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성남은 강한 열망을 갖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후반 31분, 조동건의 감각적인 헤딩골로 수원의 골문을 열면서 원했던 시나리오를 실행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조동건의 골로 모든 상황은 끝났고, '신태용 성남'은 고생 끝에 값진 열매를 맺었습니다. FA컵을 위해 지난 몇 달간 쏟아 부었던 모든 열정과 꿈이 현실로 이룬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었습니다.

확실한 목표 설정, 강해진 전력으로 우승 차지했던 성남

올해 성남이 지나치게 FA컵에 의존한 팀 운영을 한 것 아니냐고 폄하할 수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성남의 올해 상황, 그리고 팀 내외적인 환경을 보면 그렇게 평가 절하할 일도 아닌 게 사실입니다. FA컵이라는 확실한 목표 의식이 있었던 덕에 성남 자체가 후반기 들어 살아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고, 상승세를 타던 상황에서 거둔 승리, 우승이었기에 결코 행운으로 우승했다거나 평가 절하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FA컵 우승을 통해 성남 일화라는 팀이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의 위용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올해 겪었던 어려움을 훌훌 털어낸 것만 해도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고 오히려 성남이 거뒀던 어떤 우승보다 뭉클했다고 봅니다. 그래서였는지 축구팬들이 보내는 시선 역시 격려성과 더 잘 되기를 바라는 응원 반응이 많았습니다.

'신태용 매직'은 3년째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3년 연속 패기 있고 활력 넘치는 ‘신태용 스타일’로 이전의 성남 일화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고 '새 성남 일화'가 완전히 자리 잡는 계기를 만든 것도 의미 있었습니다. 신선한 색깔로 주목받은 '신태용 성남'의 또 다른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며, K리그 팬들을 더 흥분하게 만들 것입니다. 충분히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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