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시사 보도 프로그램 출연자·진행자의 남녀 성비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40대 이상 남성 출연자는 전체 출연자의 70%를 차지했다. 40대 이상 여성은 한참 못 미친 14%였다. 중년 남성의 시각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YWCA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지난해 9월 1일부터 21일까지 지상파, 종편, tvN에서 방영된 TV 시사 보도 22개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출연자 성비는 전년도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19년 7월 방영된 25개 시사 보도 프로그램 출연자 성비는 여성 24%(76명), 남성 76% (240명)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약 3배 많이 등장했다.

서울YWCA가 2020년 9월 1일부터 21일까지 모니터링한 기간 동안 KBS <심야토론>에 출연한 출연자들의 모습

2020년 9월 조사 결과에서 여성은 21.3%(71명),남성은 78.7%(262명)로 차이는 여전했다. KBS1 <시사직격>, KBS1 <한밤의 시사토크 더 라이브>, KBS1 <생방송 심야토론>, SBS <그것이 알고싶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남녀 성비 차이가 10배 이상이었다. <생방송 심야토론>은 모니터링 기간 내에 여성 출연자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진행자 성비 또한 남성 75%(24명), 여성 25%(8명)로 남성 진행자 수가 월등하게 많았다. 남성이 단독 또는 2명으로 끌어가는 프로그램은 총 14개였으나 여성이 단독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SBS <뉴스토리>, JTBC <밤샘토론> 2개 뿐이었다.

또한 30대 이하 청년 출연자는 남녀 모두 합해 전체의 14.5%를 나타냈다. 여성과 남성 출연자 수는 30대까지 비슷하다가 40대 넘어가면서 급격한 차이를 보였다. 40대 남성은 같은 나이대 여성에 비해 3배, 50대는 5배 더 많이 등장했다. 60대 이상 남성이 53명 등장할 때 60대 이상 여성은 2명 출연했다.

대다수 방송사 시사 보도 프로그램 진행자는 남성들로 이루어져있다.

중년 여성의 경우 외모 평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TV조선 <신통방통>에서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두고 ‘외모를 꾸미지 않아서’ 신뢰감을 준다고 했다. 패널은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외모가 너무 더 안 좋아지시는 거예요, 머리카락을 이제 감을 시간이 없다고 짧게 커트도 하시고”라며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어떤 신뢰감이라든지 정직감, 또 정확한 브리핑을 통해서 코로나 영웅, 코로나 여전사라고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모습과 최근 모습을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자료화면을 띄웠다.

서울YWCA는 “정 청장이 겉모습을 꾸미지 않았기에 신뢰감과 정직감을 준다는 발언은 역설적으로 겉모습을 꾸미는 여성의 경우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편견으로 연결된다”며 “여성의 외모에 대한 품평은 꾸미든 안 꾸미든 여성 근로자에게 외모 강박을 부추길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YWCA가 지적한 TV조선 <신통방통>의 2020년 9월 9일 방송 분 (사진=TV조선)

서울YWCA는 “2년 연속으로 50대 남성이 전체 출연진의 1/3을 차지하는 결과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중장년 남성들의 장임을 보여준다”고 총평했다. 50대 남성이 주축을 이루는 현상을 두고 “중장년 남성이 지식, 정보, 공적 영역의 주류로 과대 대표되어 다른 연령과 성별집단의 의견이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점이 불균형 문제의 핵심”이라며 “시사와 정치는 남성만의 영역이 아니며,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소수자의 시각이 다양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편중된 성비 재현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배제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서울YWCA는 “유네스코는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의 원칙으로 사회 구성원, 인간의 경험과 행위, 시각과 관심을 재현함에 있어 성별간 균형을 확보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며 “방송사는 성별 균형을 이루지 못한 지금의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책임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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