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보수·경제 신문들이 삼성 경영 위기를 대서특필했다. 이들은 “한국 기업인은 교도소 담장 위가 숙명”이라며 "한국 경제에 악영향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 부회장 형량이 낮은 점을 지적하면서 “재벌 기업의 적폐를 씻어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 “새로운 유형의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형량이 1심 선고 절반으로 깎인 점에 대해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뇌물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절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측면 있어 양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부당한 측면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사설 <이재용 또 구속 수감, ‘교도소 담장 위’가 숙명인 한국 기업인>, 동아일보 사설 <이재용 구속… 총수 부재로 글로벌경영 일대 위기 맞은 삼성>

보수·경제신문은 19일 사설에서 이 전 부회장 실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이재용 또 구속 수감, ‘교도소 담장 위’가 숙명인 한국 기업인>에서 “재판 결과는 이 나라에서 기업을 하려면 어떤 각오를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며 “법원은 (대통령의 뇌물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어렵다는)사정을 알면서도 이 부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박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 판결의 종속 변수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기업이 현재 정권의 요구를 거절하면 당대에서 보복을 걱정해야 하고, 거절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곡예를 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 기업의 숙명”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사설 <이재용 구속… 총수 부재로 글로벌경영 일대 위기 맞은 삼성>에서 “이 부회장은 또 약 1년 반 동안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기업의 의사결정은 분초를 다툰다. 더구나 인수합병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핵심 정보 교환은 오너급 최고경영자들끼리의 접촉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총수 부재는 큰 위기”라며 “삼성전자 주가가 한때 4% 넘게 떨어진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반도체 경기가 초호황이라고 하지만 인텔이나 도시바와 같은 반도체 분야 강자들도 순간의 투자 공백이나 방심으로 어느 날 갑자기 정상에서 밀려났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삼성전자의 위기는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표 기업 총수가 두 번씩 구속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국 기업의 이미지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삼성은 총수 부재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일경제는 사설 <글로벌 기술전쟁 한창인데 다시 리더십 위기 빠진 삼성전자>에서 “최고경영자의 장기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인 삼성전자는 투자에 속도를 내지 못했는데 이 부회장 재구속으로 상황이 더 어렵게 됐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삼성이 리더십 공백으로 투자가 지연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수세에 몰리면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우리 경제에서 삼성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고 해도 계획했던 투자가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겨레 사설 <‘재벌 총수도 예외 없다’ 보여준 이재용 단죄>

한겨레는 이번 판결로 황제경영·불법승계가 개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사설 <‘재벌 총수도 예외 없다’ 보여준 이재용 단죄>에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단죄가 마무리된 셈”이라며 “재벌개혁을 소리 높여 요구했던 ‘촛불 시민들’이 이뤄낸 성과다. 재벌 기업들이 ‘불법 경영권 승계’와 ‘황제 경영’ 등 적폐를 씻어내고 개혁의 고삐를 다잡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2년 6개월 징역형은 86억원 뇌물·횡령이라는 이 부회장의 혐의를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 기준에 적용했을 때 최저 기준보다 낮은 형량”이라며 “대통령의 뇌물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는 사정 등을 감안해 감경했다고 하지만, 시민들의 법 감정에는 미치지 못하는 형량임에 틀림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정치권력의 요구를 핑계로 또는 정치권력을 이용해 불법을 저질러온 정경유착의 흑역사를 이제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며 “재계는 이번 판결이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과도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놓기에 앞서 자신들 앞에 던져진 시대적 과제부터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는 다른 재벌 총수들에게도 타산지석이 돼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이재용 2년 6개월 징역형, 정경유착의 고리 끊는 계기 되길>에서 “재벌 총수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부회장은 권력과 자본의 부도덕한 유착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는 등 재벌의 악습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 부회장이 저지른 86억원의 뇌물 및 횡령은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라며 “하지만 재판부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선처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다짐이 꼭 실천으로 이어져 정권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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