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노 전 실장은 "언론 비판이 차고 넘친다"고 반박했다. 민심과 대통령의 행보가 어긋난다는 지적에는 "언론이 좀 긍정적으로 보도를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18일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노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0년 10대 성과' 보고서를 거론하며 "연말에 한 번씩 '우리가 이것을 잘했다'는 보고를 했다. 잘못한 것이야 야당과 언론에서 차고 넘칠 만큼 지적을 하니 우리 성과 위주로 보고한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만 보고하고 잘못은 보고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노 전 실장은 "잘못한 것은 야당, 그리고 신문 1면부터 도배를 하니 대통령도 잘 아신다"며 "대통령은 신문을 꼼꼼하게 읽으신다. 인터넷 댓글까지 다 읽는다. 우리가 대통령 눈을 가린다거나, 민심을 왜곡한다는 것은 다 틀린 말"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1월 18일 <[정우상이 만난 사람] 윤석열 대권 가능성 없어… 대통령, 언론 비판에 댓글까지 다 본다>

'문 대통령이 소위 문빠들에게 너무 기대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노 전 실장은 "대통령은 중도적이다. 외교에선 한미동맹을 최우선하고, 경제에서도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정한다"며 "그런 측면에선 오히려 보수적이다. 다만 사회적 약자에 대해선 진보적"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국민들은 반대로 생각한다. 이것도 야당, 언론의 문제인가'라고 묻자 노 전 실장은 "언론이 좀 긍정적으로 보도를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했다.

'대통령은 민심과 자주 역행한다. 특히 부동산과 윤석열, 추미애 문제가 대표적'이라는 질문에 노 전 실장은 "부동산 정책 효과가 나오려면 4~5년 걸린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공급이 없었다"며 "저금리와 유동성 과잉 등 구조적 문제도 있다. 부동산은 정책의 오류라기보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왜 대통령은 부동산 안정화를 국민에게 자신했나'라는 질문에 노 전 실장은 "최악의 경우라도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거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경제는 심리"라며 "부동산에 자신 있다, 안정화되고 있다고 하는 대통령의 말은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보고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1인 가구의 폭증 등 일부 우리가 예측을 잘못했다. 1년 사이에 30%가 넘었다. 그러나 큰 방향에서 잘못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전망에 대해 노 전 실장은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사안이 다르고 국민 여론도 다르다. 국민들이 사면을 납득하려면 당사자들의 사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국갤럽 1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반대응답은 54%, 찬성응답은 37%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노 전 실장은 "코로나도 있으니 형집행 정지 등을 먼저 하고 사면을 하는 2단계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문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사면을 사전에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노 전 실장은 "거론은 안 됐다고 한다. 이견? 그건 모르겠다"면서 "대통령은 직전 대통령, 그리고 여성 대통령이 4년이나 옥고를 치르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실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갈등 논란에는 말을 아꼈지만, 윤 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언급되는 데 대해서는 "그를 여론조사에서 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노 전 실장은 "윤 총장 본인도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모두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나는 (윤석열 대망론이)실현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이유? 그것도 나중에 말하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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