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감사원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수립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감사를 벌이고 있다. 언론 일각에서는 월성 1호기 감사로 불거진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4~15일 조선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11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최재형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놔두고 2017년 세운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탈원전 정책을 반영한 것이 적절했는지 감사하고 있다. 상위계획 수정 없이 하위계획을 수정한 행위가 위법한지 여부를 감사하겠다는 것으로 정갑윤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제기한 공익감사 청구 내용 중 일부를 감사원이 받아들였다.

산자부는 에너지기본계획이 전력수급계획의 상위계획인 건 맞지만, 구속력이 없는 행정계획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기 이전에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전환로드맵'을 의결했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경향신문은 사설 <감사원의 에너지정책 감사, 탈원전 기조 손상은 안 돼>에서 "감사원이 에너지 정책 수립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감사 제기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음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 대해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감사의 초점을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오로지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이 적정한지에 맞췄다"면서 "그런데 국민의힘 등 보수세력은 연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력수급계획 수립이 불법이라고 예단해놓고 감사원에 그것을 입증하라며 압력을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감사원은 앞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를 놓고 큰 홍역을 치렀다"며 "감사 결과가 명쾌하지 않고 본류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원전의 안전성·환경 친화성·지속 가능성 등을 감안해야 했는데 경제성만 따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른바 '탈원전 정책'의 절차적 흠결을 들추겠다는 건데, 지금 왜 하는지 여러모로 의문이 든다"며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 3개월이 다 되도록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월성 1호기 감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마디로 부적절한 감사"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감사가 시기와 내용에서 모두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2019년 6월 청구된 공익감사가 진행되는 데 대해 한겨레는 "감사원은 월성1호기 감사와 코로나19 탓에 일정이 늦춰졌다고 하는데, 서면 감사라면서 코로나19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 감사원 입장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월성 1호기 감사 때도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얘기"라며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가 부적절했다'는 감사 결과가 야당과 친원전 언론에 의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불법으로 추진됐다'는 주장으로 둔갑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상위계획에 앞서 하위계획부터 수정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며 "감사원이 이를 몰랐어도 문제지만, 알았다면 감사 의도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한겨레는 관련 기사에서 과거 국민소송단이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에 제기한 소송의 대법원 판례를 사례로 들었다. 이 사건에 대해 2015년 대법원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유역종합치수계획, 하천기본계획은 지침적 성격의 계획으로 행정청에 대한 직접적 구속력은 없다"며 "상위계획의 순차적 수립을 거쳐 하천공사시행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거나, 하천공사시행계획의 내용이 상위계획의 내용과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하천공사시행계획이 위법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어 한겨레는 "감사원이 월성원전 부지 지하수에서 광범위하게 검출된 삼중수소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라며 "감사원이 '선택적 감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썼다.

1월 15일 경향신문 사설 <감사원의 에너지정책 감사, 탈원전 기조 손상은 안 돼>, 한겨레 <감사원의 석연찮은 ‘탈원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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