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월성 원자력발전소 삼중수소 유출 논란을 두고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비계획적 방출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원전 당국이 사건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민관합동조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어디 지방방송에서 얘기한 것 가지고"라며 언론보도에 대한 비하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사무국장은 15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통화에서 "한수원은 오염된 물을 수거해 폐기물을 처리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염수가 어디서 나왔는지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합동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KBS 김경래의 최강시사)

이 사무국장은 "이 문제가 알려진 계기는 한수원의 보고서였다. 그 보고서에는 전반적인 삼중수소 오염상황이 나와 있고, 향후 자체적으로 하는 조치들이 나와 있었다"며 "어디에서 누출이 일어나는지 밝히는 게 중요하다. 한수원은 사고를 친 범인일 수 있어 별도의 수사기관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한수원도)조사하고 있는데 못 밝히는 것 같다. 삼중수소 농도 조사가 진짜 필요한 곳에는 한수원도 겁이 나서 못할 것 같다"며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조사해서 심각한 문제가 나오면 원전가동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조사를 꺼리는 것 같고, 방사능 양이 많지 않으니 문제없다는 쪽으로 얘기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 7일 포항MBC는 한수원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월성원전 부지 10여곳의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조사결과 많게는 리터당 71만 3천 베크럴, 관리기준의 18배에 이르는 삼중수소가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원전 구조상 방사성 물질은 안전을 위해 완전히 밀폐·격리돼 지정된 설비를 제외하고는 검출되어서는 안 된다. '비계획적 방출'은 농도와 무관하게 원자력법에 따른 운영기술지침 위반이다. MBC, 한겨레 관련 보도는 한수원이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 형황 및 조치 계획' 보고서를 토대로 한 것이다.

삼중수소 검출양을 두고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괴담수준"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언론에서는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15일 사설에서 "조사 없이 그냥 넘긴다면 더 위험하다.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물질은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직접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불안감을 말끔히 해소시켜 줘야 한다. 만약 서울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면 '멸치 1g 섭취 수준' 운운하며 대충 넘어갈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 문제가 공기 중의 삼중수소가 모이는 자연적 현상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시설 노후화에 따른 누설인지 불분명한 만큼 차분히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원전 안정성 문제는 조그마한 빈틈도 용인해선 안 되는 사안이므로 돌다리 두드리듯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김윤 서울시당 위원장은 포항MBC 보도에 대해 "어디 지방방송에서 얘기한 것 가지고"라고 비난에 나섰다.

1월 1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화면 갈무리

김 위원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본질은 늘 다른 곳에 있다. 이것의 발단이 어딘지 아시나, 포항MBC다"라며 "MBC에서 뻥튀기를 한 거다. 핵심은 침소봉대고, 좀 더 얘기하면 정치적 가짜뉴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 이런 부분들이 본질을 호도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속지 말아라. 어디 지방방송에서 얘기한 것 가지고 일거에 이낙연 대표가 그러나"라고 말했다.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포항MBC 보도는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도한 것이고, 지방방송에 대한 모욕적 표현이라며 비판했다. 진행자는 "포항MBC가 공식항의할 수 있다"고 제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금 언론개혁이 지금 심각한 화두 중에 하나인데 그중에서도 왜곡 편파 방송에 가장 지금 어용방송이 MBC 아닌가"라며 "월성 원전 관련 청와대의 개입 의혹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관한 물타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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