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포스코가 포항MBC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취재·보도한 기자 개인을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31일 ‘포항MBC 장성훈 기자가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보도해 포스코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이를 보도한 장성훈 기자에게 500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제기했다.

포스코는 소장에서 “기자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해 포스코가 운영하는 포항제철소 공정과 근로자, 주민들의 피해간 연관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음에도 포스코 직원 또는 인근 주민의 진술에만 의존해 포항제철소의 공정으로 인해 근로자와 주민에게 피해를 입힌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5천만 원의 손해배상금액을 청구한 이유에 대해 “포스코의 정신적 고통을 위자할 손해배상금의 액수는 기자의 악의성의 정도, 허위 왜곡 날조의 정도, 포스코가 입은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수억 원을 상회한다 할 것이나 우선 손해배상의 일부로 5천만 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포항MBC가 지난 10일 방송한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 (사진=MBC)

포항MBC는 지난달 10일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통해 포스코 직업병 실태를 보도했다. 포항MBC는 포스코에서 수십 년 근무하다 퇴직한 후 각종 중대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의 사례와 포스코 인근 주민들의 유해물질 노출 문제 등을 다뤘다. 해당 방송분은 21일 MBC 서울 본사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됐다.

장성훈 기자는 14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예상은 했지만, 개인에 대한 손배소로 들어올 줄은 몰랐다. 포스코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면 언론중재위 제소를 통한 정정보도 절차를 우선적으로 밟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기자 개인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한 건 기자의 언론활동을 위축시키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장 기자는 “(소장에 적힌 내용은) 포스코의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이라 판단하고, 전문가 의견과 학술자료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중에는 포스코가 서면답변만 보내 진실공방이 어려웠지만 소송이 시작돼 의혹을 검증하는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포항 지역시민단체들은 포스코를 규탄하는 집단 성명을 낼 방침이다. 박충일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포스코가 포항MBC기자에게 명예훼손 청구소송을 한 것은 명확한 언론 탄압"이라며 "언론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언론 보도 활동에 재갈을 물리는 식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큐에서 제기한 직업병에 대한 포스코의 의견이나 대기업의 책임에 집중하기보다는 언론인 개인의 잘못으로 프레임을 바꾸려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 쇳물 쓰지 마라’ 방송 이후 한국노총 포스코 노동조합은 포스코의 지역사회 투자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포항MBC에 보냈다. 포항MBC는 메인뉴스에서 “포항시민과 언론사를 겁박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보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들은 연대 성명을 내고 포스코를 비판했다. (▶관련기사 : 포스코 노조 '지역투자 차단' 겁박이 불러온 언론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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