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전국체육대회가 7일 간의 열전을 끝내고 12일 저녁 폐막합니다. 아마추어 스포츠의 새로운 희망, 비전을 제시한 대회인 전국체전은 그 취지에 걸맞게 무궁한 가능성을 확인하며 성공적인 폐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펼쳐 높은 열기를 보였습니다. 거의 대부분 경기에 관중석이 텅 비어있다시피 했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주최 측 추산으로 약 10만 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질 만큼 이번 전국체전은 흥행 면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습니다.

개인적으로 태어나고 거주한 곳이 이번 체전 주개최지인 경기도 고양시여서 이곳에서 열린 거의 모든 종목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프로 스포츠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경기장에 많은 관중들이 들어차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수영장, 체육관, 야구장 등 몇몇 경기장은 정해진 좌석이 모자라 계단에 서서 지켜봐야 할 정도였습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리듬체조 경기가 열린 경기 김포실내체육관은 평일이었음에도 엄청난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고 전해집니다.

▲ 전국체전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는 관중들. 이번 체전에는 거의 모든 경기장마다 많은 관중이 찾아 높은 열기를 보였다. 자발적 관전이 무엇보다 눈에 띄었다. (사진:김지한)
흥미로웠던 것은 학교, 단체에서 강제적으로 동원한 관중보다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찾은 일반 관중이 많았던 것이었습니다. 길 가다가 전국체전이 열리는 곳이라는 팻말만 보면 자연스레 경기장 쪽으로 발걸음을 한 일반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가족 단위 또는 고향팀을 응원하기 위해 아예 체전 경기장에서 모임을 한 단체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 걸맞게 경기장 주변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습니다. 육상, 수영 등 기초종목 경기가 열리는 고양종합운동장, 고양체육관 주변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행사가 열려 체전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전국체전이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지역민 전체의 잔치'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라 해도 박수를 보내는 관중들의 모습에서는 스포츠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엿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다가도 규칙을 알고 응원을 펼치다보니 금세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이렇게 보니 재미 있네" "나도 저거 해볼까" 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무료로 경기 관람을 해서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수준높은 경기도 보고,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진 '일석이조' 효과를 누린 사람들의 모습에서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희망 동력을 얻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평소 관심이 없었던 종목을 지역 가까이에 있는 체육관, 운동장에서 직접 접해 관심을 받는 계기를 마련한 것 자체가 좋았다는 얘깁니다.

▲ 고양종합운동장, 고양체육관 주변 광장에 등장한 삐에로. 어린이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김지한)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 자체를 즐기며 좋은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 대회가 2012 런던올림픽을 9개월 앞두고 열린 대회여서 국가대표급 선수들에게는 의미 있는 대회였는데 높은 열기 속에서 펼친 기량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고 좋은 동기 부여가 됐을 것입니다. 선수들에게 가장 큰 대회인 전국체전에서 이 같은 기분을 느꼈다면 내년 런던올림픽, 그 외에도 다른 월드컵, 세계선수권 등에서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은 기대해 봐도 좋을 것입니다.

이번 체전을 앞두고 주최 측은 '역대 가장 역동적이고 감동적인 대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주최 측의 노력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응원 참여, 경기장 관전은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고 한국 스포츠 발전을 이루는데 큰 밑거름이 됐습니다. 이 기세를 이어 보다 많은 종목이 꾸준하게 관심을 받아 한국 스포츠가 질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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