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야구가 공중파를 통해 동시에 중계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지난 밤 많은 스포츠팬은 괴로운 저녁시간이 아니었을까요?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우리 대표팀의 경기, 2대 1로 승리를 거뒀죠.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광주에서 KIA와 SK의 맞대결로 펼쳐졌고, SK가 2대 0으로 이겼습니다.

포스트시즌과 A매치는 스포츠 빅 이벤트로 공중파의 간택을 받고 주요하게 취급되는 콘텐츠입니다. 특히 시청률 불패신화, 늘 한해의 시청률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국가대표팀 축구 A매치는 이번에도 수치상 월등히 앞선 모습입니다. 전국시청률을 기준으로 14.2%, 점유율은 22%. 조금 앞서 펼쳐진 프로야구의 7.6%, 점유율 14%에 비해 2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는. 지역별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국가대표팀의 축구는 광주, 대전 지역을 제외하고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친선경기가 아닌 월드컵 예선이란 중요성과 한국시리즈가 아닌 준플레이오프란 점을 생각해볼 때, 지난 저녁의 A매치 시청률은 뭔가 미묘한 변화를 느끼게 하는 점이 많습니다. 어찌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큰 변화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일단, 지역별 시청률을 볼까요? 시청률을 조사하는 7개 권역 가운데 광주와 대전의 사례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결과, KIA의 연고지역인 광주는 야구가 더 높습니다.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의 광주지역 시청률은 13.7%. 부산의 9%가 두 번째로 높다는 걸 감안하면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거. -월드컵 예선의 경우, 광주지역 시청률은 6%에 불과합니다. 차이가 분명히 두 배 이상 벌어져 있죠?-

한 가지 신기한 건 대전지역의 시청률. 축구대표팀 시청률이 7.5%인 반면, 프로야구도 6.4%를 기록했는데요. 점유율은 12%로 똑같습니다. 뒤에 이은 대전지역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같은 시간 후반전이 펼쳐졌던 축구보다 높은 8%, 점유율도 14%였다는 거. KIA의 홈 광주와 인접지역 대전에서의 시청률은 국가대표 경기보다 지역의 프로팀 경기가 더 큰 인기를 보일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례, 아마 부산이나 대구지역에서도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가 A매치와 맞붙는다면 당연히 이젠 이런 결과를 보이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어제 시청률은 지역별 수치뿐만 아니라 시간대의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오후 5시49분부터 9시 23분까지 3시간 반 넘게 펼쳐진 프로야구, 오후 7시 39분부터 10시 3분까지 방송된 월드컵 지역예선은 2시간 20여분. 시간은 더 길었고 더 이른 시간에 방송된 프로야구의 시청률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퇴근도 하기 전부터 시작된 야구와 저녁 식사를 얼추 마친 뒤부터 시작된 축구. -실제 경기는 8시에 시작했으니 말이죠.- 또 프로야구의 경우, 중간 중간 광고시간마다 축구를 포함한 다른 채널로의 이동이 비교적 잦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부분.

중요한 건, 국가대표팀의 A매치 시청률이 과거처럼 기본 20%를 보장하는 시대가 아니란 겁니다. 지난 금요일의 평가전도 10%에 머문 국가대표 A매치, 아직까지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의 여타 스포츠에 비해 높은 건 사실이지만, 과거처럼 절대 시청률을 보장하는 건 아니란 점이 눈길을 끕니다.

당분간 A매치와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의 직접 비교는 적절한 기회가 없는 듯한데요. 국가대표 축구의 시청률 하락이 아닌, 프로야구가 보여주고 있는 지역별 충성도의 강화와 리그의 인기상승, 이런 부분은 분명 의미 있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 주말에 펼쳐지는 FA컵도 조금 좋은, 높은 시청률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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