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하면 특유의 끈기를 바탕으로 한 뒷심이 좋은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경기에서 뒤지다가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 동점 또는 역전골을 터트리고 마는 '좋은 뒷심' 덕에 전반전보다 후반전을 더 기대하게 했습니다. 특히 강한 팀을 상대했을 때는 그 뒷심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 부임 이후 한국 축구는 오히려 정반대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강하게 몰아치며 앞서나가다 막판에 수비 불안, 집중력 저하로 실점을 허용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입니다. 이른바 뒷심 부족이 큰 약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당장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그 사례는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폴란드전에는 2-1로 앞서나가다 수비 실수로 2-2 동점을 허용했고, 아랍에미리트와의 월드컵 3차예선 경기에서는 2-0으로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후반 45분 역시 수비력 약화로 허가 찔리면서 2-1로 아쉽게 끝났습니다. 깔끔하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내주거나 찝찝하게 끝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에서 UAE 이스마일 마타르(왼쪽)가 한국 최효진의 수비를 뚫고 슛을 성공시키고 있다.ⓒ연합뉴스
조광래호 출범 초기부터 이 같은 현상은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전반보다 후반에 골을 내주는 비율이 월등히 많고, 그렇다보니 마지막을 오히려 불안하게 지켜봐야 했습니다. 1월에 열린 아시안컵에서도 예선부터 3-4위전까지 6경기 가운데 5경기에서 골을 허용했는데 이 가운데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골을 허용했던 경기가 4경기에 달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3-4위전에서는 3골을 먼저 넣고도 후반 게인리히에 2골을 내주며 불안한 뒷문을 드러냈습니다.

잠시 안정기를 찾았다 0-3으로 참패한 한일전이 치러졌던 8월 이후에는 이 '뒷심 부족'이 더 심해졌습니다. 쿠웨이트와의 월드컵예선 2차전에서는 전반 박주영의 골로 앞서가다 후반 동점골을 내주며 1-1 무승부를 거뒀고, 폴란드전, 아랍에미리트전 역시 앞서가다 후반 막판 골을 허용해 완벽하게 경기를 끝내지 못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선수들에게 "끝까지 하라"고 경기장의 관중이 들을 정도로 큰 소리를 쳐도 뒷심 부족 현상이 3경기 연속 나타나면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이런 약점이 드러난 것은 선수들이 쉴 새 없이 뛰다가 후반 막판 체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움직임을 요구하는 조광래식 축구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법도 하지만 체력적인 면이 뒷받침되지 못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꼴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잘 지키다 후반 막판에 내주는 이전과 다르게 전반부터 불안한 장면이 수차례 나오다보니 이 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다보면 한일전처럼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경기를 자주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뒷심 부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훈련 프로그램이 있어야겠지만 큰 대회와 다르게 소집일이 짧은 대표팀 운영 특성상 이 문제가 쉽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전반부터 후반까지 일관성 있는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적절한 선수 교체, 그만큼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이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선수들에 맞는 다양한 전술 활용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근 여기저기서 드러난 경기력 문제도 문제지만 조광래 감독은 기본적으로 이 뒷심 부족을 어떻게 극복할지부터 차근차근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 이 뒷심 부족이 자꾸 심해지다 보면 다음 달 치를 월드컵 예선 원정 2연전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중동 원정 자체가 흐름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예기치 않은 실점으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뒷심이 좋았던 한국 축구 특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분명 곱씹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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