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부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생활고로 자살했다는 ‘대구 헬스센터 관장’ 보도가 사실이 아니었다. ‘코로나로 생활고 추정’ 기사를 쏟아냈던 일부 언론은 헬스업계 종사자들의 분노만 키우고 바로잡기 시작했다.

해당 사건은 네이버 카페 ‘헬스 관장 모임’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대구 헬스장 관장님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글쓴이는 “대단한 K방역으로 헬스업계 곡소리가 난다. 관장님이 얼마나 힘들고 억울하셨으면 삶을 포기하셨을까”라며 “이게 현실이다. 남의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라고 적었다. 게시글 아래에는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대구 헬스장 관장 사망 소식을 전하며 '코로나로 인한 생활고'로 추정한 보도들.

3일 언론은 사망 원인을 생활고로 '추정'해 기사를 작성했다. 뉴스1은 <코로나로 생활고 추정 50대 헬스장 관장 숨진 채 발견>에서 “숨진 관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중단 조치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며 헬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전했다. 이후 <새해 첫날 헬스장 관장 숨진 채 발견...“코로나로 어려움 겪어”>(국민일보), <대구서 헬스장 관장 숨진 채 발견...‘코로나19 생활고’ 추정>(경북신문) 등 사망 원인을 단정하는 보도가 나왔다.

헬스장 관장의 사망 소식은 헬스업계 종사자들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태권도장, 발레학원 등 일부 체육시설 운영은 허용하면서 헬스장은 안 된다는 정부의 방역지침 탓에 헬스장 관장이 생활고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헬스업계는 4일부터 ‘오픈 시위’를 벌이고 있다. 6일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등에 따르면 오픈 시위에 참여한 헬스장은 전국적으로 1000여 곳이 넘었다. 실제 영업을 하지 않더라고 매장에 불만 켜두는 헬스장도 늘고 있다.

상황은 오마이뉴스의 4일 <‘코로나 비관’ 관장 사망? 헬스장 아닌 재활체육센터> 보도로 반전됐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숨진 관장은 헬스장이 아닌 재활치료센터를 운영했으며 해당 시설은 이용인원 제한 조치 대상이 아니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시설로 영업시간 단축 등의 제한을 받지 않았다. 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며 “더 이상 이런 내용으로 기사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5일 “해당 시설은 집합금지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사망한 관장의) 시설은 일반적 헬스장이 아니라 장애인 재활 목적의 특수시설로 집합금지 대상이 아니었다”며 “대구시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헬스장은 밤 9시 이후에만 열지 못할 뿐 집합금지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극단적 선택의 동기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를 극단적 선택의 동기로 확정해 보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사망 원인으로 ‘코로나 생활고’를 지목했던 언론사들은 빠르게 이를 바로잡았다. 머니투데이의 경우 3일 <코로나로 생활고 추정 50대 헬스장 관장 숨진 채 발견> 기사를 시작으로 <코로나로 얼마나 힘들었으면...50대 헬스장 관장의 비극>, 4일 <태권도장은 열고 헬스장은 닫고...결국 세상 등진 관장까지>, <50대 헬스장 관장의 비극...“K방역에 헬스업계 곡소리” 형평성 논란> 기사를 쏟아냈다. 정부가 해명한 5일 돌연 <‘극단 선택’ 관장, 헬스장 아닌 재활시설 운영...“집합금지 무관”>, <“숨진 관장, 헬스장 아닌 장애인 재활시설 운영...집합금지 아냐”> 기사를 게재했다.

6일 올라온 KBS기자들이 제작한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대구 헬스장 관장 코로나로 인한 생활고로 자살? 언론 윤리는 어디에...>시즌3 1화 1부 화면 (사진=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이에 대해 김병진 헤럴드경제 대구경북취재본부장은 <‘대구 50대 헬스장 관장 사인’ 오보인가 가짜 뉴스인가>에서 “기자들의 자정 노력이 절실한 대목”이라며 “철저한 팩트에 입각한 기사들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본다. 더 이상 확대 재생산은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KBS 기자들이 제작하는 유튜브 ‘댓글읽어주는 기자들’은 6일 해당 이슈를 다뤘다. 김기화 기자는 “잘못된 기사 한두 개가 사람들에게 잘못된 상황판단을 가져올 수 있다”며 “뉴스 자체가 자극적이고 놀라우니 많은 사람들이 봤고, 안 좋은 효과를 남기는 잘못된 기사였다”고 짚었다.

옥유정 기자는 “오보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돌아보니 헬스 커뮤니티에서 일차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대구는 서울과 달리 2단계였기에 (기자들이 사실관계를)한 번 의심해볼 만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연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들이 확인 안 된 내용을 기사로 쓴 건 잘못된 거”라며 “정부의 영업금지 조치가 이유라는 부분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추정’을 달아 기사를 썼다. 다음 기사들은 수위가 점점 세진다”고 말했다.

옥 기자는 “이럴 때일수록 펙트체크를 해야 한다. 한국기자연합회의 자살보도윤리강령을 보면 ‘자살 동기에 대해 단편적이고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있다”며 “보도윤리강령을 만든 이유는 언론이 자살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자극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보도할 때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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