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들이 TBS의 특정 프로그램과 진행자에 대해 폐지와 퇴출을 거론하거나 아예 TBS 해체를 공약화하자 언론탄압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TBS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나선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TBS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김어준과 교통방송은 서울시민의 이름으로 폐지되고 해체되어야 한다"며 "서울시가 매년 지원하는 지원금을 전액 폐지하고, 서울시 산하의 불필요하고 불요불급한 각종 재단과 출자기관을 서울시의 미래 수요에 맞게 새롭게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5일 출마선언한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시민 여러분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서울시의 각종 추문들도 바로잡겠다. TBS 교통방송의 사이비 어용방송인들을 퇴출시키겠다"고 했다. 앞서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TBS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들의 뜻을 묻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뉴스공장' 폐지를 당 차원의 서울시장 선거공약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이하 TBS지부)는 6일 'TBS 해체'를 주장한 김근식 교수를 겨냥해 "지역 공영방송부터 길들이려는 후보는 사장 될 자격 없다"고 비판했다.

TBS지부는 "40년 전 신군부 주도의 언론통폐합 조치에서나 봤던 일을 2021년에 반복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TBS지부는 "천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학자가 지역 공영방송부터 길들이겠다는 주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며 "지방의회, 지방자치단체,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 공영방송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본조차 모르는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TBS지부는 서울시장이 TBS를 해체할 수 있다는 김 교수에 대해 "TBS 운영 예산을 시장이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는 곧 서울시민과 서울시의회를 무시한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며 "서울시가 출연 출자한 공공기관과 재단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시민 참여 확대 방안을 제안해야 할 서울시장의 지위와 권한을 제왕적 지자체장의 권력으로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TBS는 개국 30년만에 서울시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미디어재단 TBS'로 출범했다. 정치·경제적으로 TBS에 대한 서울시 영향력이 여전히 큰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이 있다. 서울시 중심의 재원구조가 여전하고, 사장선출 방식에 있어 서울시임원추천위원회 권한이 60%(시민평가 40%)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TBS 재원은 서울시의회에서 심의와 평가를 거쳐 출연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TBS지부는 "최소한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다면 이미 공개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의 조례나 정관은 보았는지 의문"이라며 "서울시 사업소에서 재단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비정규직 일자리의 정규직 전환, 노동이사제 도입, 지역 공동체미디어와의 협력, 재난방송 강화, 시민과의 소통을 위한 뉴미디어 전략 등 큰 변화가 있었다. 서울시장이 아닌 TBS 노동자와 서울시민이 만들어낸 변화"라고 밝혔다.

또 TBS지부는 "TBS는 재단법인일 뿐 아니라 400명에 가까운 재단 직원과 서울시 뉴딜일자리 직원들이 지역 공영방송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일터"라며 "이들 역시 대부분이 서울시민이면서 서울시민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다. 김 교수가 '일자리 위협'으로 느껴질 발언을 내놓으며 길들이기를 시도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TBS 사옥 (사진=TBS)

같은 날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논평을 내어 야권 후보들을 향해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훼손하는 위험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런 인식은 서울시장으로서 자격미달의 언론관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방송의 독립성을 고려하기는커녕 방송 독립성을 서울시장이 나서서 해치겠다고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어떠한 이유를 들더라도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 인물과 프로그램을 퇴출하거나, 특정 방송사를 해체시키겠다는 주장은 방송의 독립과 편성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법 제4조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언련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언론인 탄압은 해고무효소송 승소를 통해 그 부당함이 드러났고, 박근혜 정부 홍보수석으로 KBS 보도국장에게 세월호 참사 보도를 방해한 이정현 전 국회의원은 방송법 제정 32년만에 처음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역사적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며 "TBS 특정 프로그램·진행자 퇴출 또는 TBS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워 실행한다면 과거 정권이 자기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언론을 탄압한 행태와 같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과 국민의힘의 공약은 당리당략이나 본인들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언론자유를 선거공약 도구로 전락시키는 행위에 불과하다"면서 "방송의 편파성은 분명 개선되어야 하지만, 정치가 선거공약이란 수단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의 주장이 경솔했음을 인정하고 언론자유 탄압을 내세운 공약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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