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유력 후보자들의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관련해 ‘방송이 정치인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그의 가족과 함께 출연했다. 방송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 2위가 ‘나경원 다운증후군 딸’, ‘나경원 아내의맛’, ‘나경원 딸’이었다. 해당 회차 시청률은 역대 최고시청률인 11.2%(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12일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연할 예정이다.

5일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TV조선)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선거 시기를 코앞에 두고 출연시킨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3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TV조선이 정치인을 섭외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홍보된 정치인의 모습이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의 맛> 홍보 자료에는 “미디어를 통해 드러났던 강인하고 지적이던 정치인 이미지와는 달리, 집안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면모로 반전 매력을 선사하겠다”, “미소와 재치 있는 답변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을 빛냈다”는 표현이 반복됐다. 민언련은 “특정 방송사가 예능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부 정치인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주며 언론이 선거 시기 지켜야 할 중립성조차 위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매체들이 앞다퉈 나경원 전 대표의 <아내의 맛> 출연 소식과 발언에 집중한 보도를 쏟아냈다.

나 전 대표와 박 장관의 출연이 법적으로 문제 될 가능성은 적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20조 제1항은 “방송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키거나 후보자의 음성·영상 등 실질적인 출연효과를 주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기간에 장진영 미래통합당 소속 후보가 MBC <공부가 머니?>에 출연해 법정제재 주의가 내려졌다.

하지만 현행법상 보궐선거 60일 전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하게 돼 있어 이번 '아내의 맛'의 경우, 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언련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 예능프로그램이 정치인 홍보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TV조선은 시청률을 위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유력 정치인을 이용하는 행태를 즉각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아내의 맛> 정치인 출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18년 아내와 함께 <아내의 맛>에 출연하고 한 달 뒤 자유한국당에 입당했고 서울 광진을 지역당협위원장으로 나섰다. 2017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에 출연해 대중의 호감을 얻고, 9개월 뒤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동상이몽>은 현재 <아내의 맛> 기획을 맡은 서혜진 PD가 TV조선으로 이직하기 전에 담당한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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