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제92회 전국체육대회는 모두 42개 정식종목과 3개 시범종목에 걸쳐 대회가 치러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올림픽에서 본 종목 뿐 아니라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종목들도 있습니다. (산악-댄스-택견도 최고 가리는 전국체전 참고) 얼핏 보면 '저게 무슨 종목이지?' 하고 생소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몇 분만 잘 들여다보면 '이런 스포츠가 있어 흥미롭구나!'하는 것을 금방 느끼게 됩니다. 한 종목의 최고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플레이에서 스포츠의 재미와 또 다른 매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국체전 이색 종목으로 꼽히는 종목 가운데 세팍타크로, 산악(스포츠 클라이밍) 경기 현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세팍타크로는 남자 고등, 일반, 여자 일반 등 3개 금메달이 걸려 있으며, 2003년부터 전국체전에서 선을 보인 산악은 시범 종목으로 속도, 난이도 종목으로 나뉘어 경기를 치렀습니다. 마침 경기가 9일 오전에 세팍타크로 결승, 9일 오후에 산악 결승 경기가 열려 시간차를 두고 여유 있게 경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 열띤 분위기의 세팍타크로,오른쪽에 있는 사람(피더)이 띄워주면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서브를 넣는 방식으로 서브가 진행된다.
스포츠 클라이밍의 경우 이벤트 경기로 제법 봤지만 세팍타크로를 경기장에서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기도 해서 관심을 가져왔기에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기대를 갖고 지켜보았는데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흥분하게 했습니다. 경기 중간중간 절로 '우와' 소리가 나왔고, 내내 세팍타크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세팍타크로는 동남아시아에서 인기 있는 일명 '발배구'로 '차다'는 뜻의 말레이시아어 '세팍'과 태국어로 '공'을 뜻하는 '타크로'의 합성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15세기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유행하다 1945년에 규칙이 제정돼 오늘날에 이르렀고, 전국체전에서는 2000년 제81회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요. 세부 종목으로 레구, 팀, 서클 등이 있지만 현재 전국체전에서는 3인제 레구 종목만 정식 종목으로 채택, 운영되고 있습니다.

세팍타크로는 배구와 거의 유사합니다. 단지 손과 발로 하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 봐도 될 정도입니다. 경기 규칙 역시 1세트에서 15점에 먼저 도달하는 팀이 게임을 가져오며, 5세트 가운데 3세트를 먼저 따내는 팀이 경기에서 이기는 방식으로 치러집니다. 서브, 토스, 리시브 개념의 기술도 있고, 심지어 발이나 머리로 블로킹을 하는 기술도 존재합니다. 워낙 몸동작 자체가 역동적이다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오는 멋진 기술도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일반 족구보다 더 화려한 동작이 많고 더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9일 오전에 남자 일반부 결승전 경기가 치러졌습니다. 종별선수권, 회장기, 실업리그까지 모두 휩쓴 세팍타크로 최강팀 고양시청과 다크호스 부산환경공단의 경기는 시작 전부터 흥미를 모았고 경기장에는 약 300 여명의 관중이 열띤 응원을 펼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초반에는 부산환경공단이 분위기를 가져오면서 1,2세트를 모두 따내고 의외의 손쉬운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점쳐졌습니다. 그러나 최강 고양시청의 저력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3세트에서 15-16 매치포인트를 내줄 뻔한 위기 속에서 고양시청은 끈기를 발휘해 역전에 성공했고, 이 세트를 가져오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이어 4세트에서도 15-9 승리를 거둔 고양시청은 세트 스코어 2-2 균형을 맞추며 경기장을 더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응원석에서는 '고양! 고양!'을 외치는 홈팬들과 부산 갈매기 노래를 흥겹게 부르는 부산 '원정팬'들의 외침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승리는 부산환경공단이 가져왔습니다. 3,4세트를 내준 뒤 전열을 가다듬어 내내 앞서나갔고 결국 끝까지 잘 지켜내 15-9 승리를 거두며 세트스코어 3-2로 전국체전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 보여준 양 팀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온 더욱 역동적인 몸동작은 세팍타크로의 묘미를 더욱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세팍타크로 결승전을 본 뒤에는 곧바로 대화 고양종합운동장 부근 휴게공원에 위치한 스포츠 클라이밍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요즘 대표적인 레저 스포츠로 떠오르며 인기 있는 생활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 클라이밍은 올해도 전국체전 시범 종목으로 채택돼 역시 많은 이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경기를 치렀습니다.

▲ '거미인간 아냐?' 정교함과 박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산악(스포츠 클라이밍), 스포츠 클라이밍 난이도 구조물의 여러 각이 꺾여있는 코스들이 눈길을 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인공암벽 구조물을 로프로 등반하는 형식으로 경기를 치르며, 난이도, 속도, 볼더링 등의 세부종목으로 나뉘어 경기를 치릅니다. 하지만 전국체전에서는 난이도, 속도 경기만 종목으로 채택돼 시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난이도와 속도 경기 구조물과 경기 방식은 서로 다른데요. 난이도 종목의 경우 13m 이상의 높이와 90-180도의 다양한 경사각으로 이뤄진 경기벽에 난이도를 고려해 설계한 루트를 따라 오른 뒤에 등반고도로 순위를 가릅니다. 반면 속도는 높이 10-15m 구조물을 가장 빨리 오르는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으로 치러져 마치 육상 100m를 보는 것 같은 박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침 경기장을 찾아가니 속도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두 선수가 나란히 올라가 결승선 버저를 누르는데 10-15m가 넘는 구조물을 10-15초 안팎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몇몇 관중은 '저건 사람이 아니라 스파이더맨, 거미인간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평지가 아닌 구조물을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은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고, 박수 소리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결승에서 11초 89를 기록하고 이날 예선과 통틀어 최고 기록을 세운 전북 대표 조현철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로프에 의존해 정상을 향해 빠르게 올라가는 클라이머(Climber)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많은 사람들은 신기함과 경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현재 두 종목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확산된 스포츠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레저 생활 스포츠 면에서 많은 각광을 받고 있기로 소문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시안게임, 세계대회 등을 통해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야구, 축구에 비해서는 미약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해도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를 향해 힘차게 플레이를 펼치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 스포츠의 발전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많은 가능성과 희망을 느끼고, 이들이 펼치는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모습에 매료됐던 전국체육대회 이색 스포츠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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