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민의힘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들이 '사과 전제 사면론'에 대해 "전직 대통령 사과는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두 전직 대통령이 억울한 정치보복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김종인의 사과는 립서비스였나”라고, 한국일보는 “적반하장에 말문이 막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사면론에 대해 반대가 거세지자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을 전제로 내세웠다. 두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사면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직 대통령을 놓고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거냐”고 했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반성을 전제로 한 사면은) 시중 잡범들에게 하는 얘기”라며 “2년, 3년 감옥에서 산 것만 해도 억울한데, 내보내 주려면 곱게 내보내 주는 거지 무슨 소리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 <“이명박·박근혜 억울하다”니, 김종인 사과는 뭔가> 사설

한겨레는 4일 <“이명박·박근혜 억울하다”니, 김종인 사과는 뭔가> 사설에서 “보름여 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강도 높은 사과를 한 건 도대체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두 전직 대통령 사건은 이미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법적 판단 또한 사실상 끝난 문제”라며 “이런 사안조차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며 반성을 거부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김기현 의원과 이재오 상임고문 발언을 두고 “지도부도 이런 무분별한 반발을 자제시키기는커녕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다.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고 한 건 그저 ‘립서비스’였다는 말인가.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비상식적인 감싸기를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는 <왜 사과하냐는 MB·박근혜 측 적반하장> 사설에서 “대법원 판결마저 정면으로 부정하며 정치보복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적반하장에 말문이 막힌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회사 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대기업 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도 그에 대한 처벌이 정치보복이라는 이 전 대통령 측의 현실인식은 경악할 만하다”며 “비선실세를 두고 국정을 농단해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에게 반성은 모욕이라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일보 <왜 사과하냐는 MB·박근혜 측 적반하장> 사설

한국일보는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주장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기는 더 어려워질 뿐”이라며 “국민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반성 없는 전직 대통령을 누가 사면하려 하겠는가. 정치보복을 주장하는 것은 사면 반대 여론을 더 키울 것”이라고 썼다. 한국일보는 “이·박 전 대통령 측은 민심을 읽고 법원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 잘못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4일 경향신문 칼럼 <사면 논의 유감>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긍정적 효과보다는 역사적인 후과를 남길 것이 뻔하다”고 진단했다. 박 소장은 “5·18 광주 시민 학살의 책임자들이었던 전두환·노태우 세력은 감옥에 수감된 지 2년 만에 사면을 받아 석방되었다”며 “그들을 사면으로 석방한 결과는 무엇인가. 자신들이 저지른 시민 학살에 대해 그들은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왜곡하기에 바빴다”고 비판했다.

박 소장은 “처벌이 중단되면 처벌로 이루려던 정의는 왜곡되고 길을 잃게 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며 “지금 집권여당이 해야 할 일은 쓸데없는 사면 군불 때기가 아니다. 걸핏하면 촛불항쟁을 말하지만 시민들이 촛불항쟁에서 요구했던 개혁과제는 실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정권과 여당은 촛불항쟁의 결과로 탄생했음에도 개혁 요구를 외면한 결과 지지층마저 등 돌리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정치공학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정치적 원칙을 바로 세울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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