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육대회에서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종목은 바로 육상과 수영입니다. 이 종목들을 잘 하는 팀이 곧 종합 순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펼쳐지는 날마다 펼쳐지는 각 팀들의 신경전이 대단하고, 그 때문에 긴장감 있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제92회 전국체육대회 역시 각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수영 선수들이 모두 참가해 지난 7일부터 경기 고양시 고양체육관 실내수영장에서 경쟁을 펼쳐 왔습니다. 수영에 걸린 98개 메달 가운데 모두 64개의 메달이 주인을 찾았는데 그 가운데서 3개의 한국 신기록도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또 이번 체전에 국가대표 선수들도 대거 출전해 기량을 과시했습니다. 지난 7월 열린 세계수영선수권에서 결선에 진출했던 남자 평영 최규웅이 평영 100m에서, 지난해 체전 MVP였던 여자 접영 최혜라가 접영 2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내는 등 '역시 국가대표다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여자 평영 100m는 국가대표 또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많은 종목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얼짱 수영 스타'이자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정다래를 비롯, 또 다른 평영 간판 백수연, 정슬기 등이 이번 대회에 나란히 출전해 대회전부터 수영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이미 세 선수는 예전부터 '선의의 라이벌'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처음에는 세계랭킹 10위 안에 랭크됐던 정슬기가 주목받았지만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정다래가 떠올랐고, 지난 7월에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백수연이 준결승까지 올라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아시안게임 이후 1년 만에 만난 이들 가운데 어떤 선수가 웃을지, 특히 '여자 박태환'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다래의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수영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 동일 선상으로 결승점을 향해 가고 있는 백수연, 정슬기, 정다래. 결승점을 터치한 세 선수. 백수연이 1위, 정슬기가 2위, 정다래가 3위에 올랐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부저가 울리고, 선수들은 곧바로 물에 뛰어들어 역영을 펼쳤습니다. 처음부터 줄곧 앞서 나간 백수연과 다르게 정슬기, 정다래는 2-3위권을 형성하며 뒤를 따라가는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최근 페이스가 좋은 백수연의 손쉬운 승리가 점쳐졌습니다. 그러다가 50m 턴을 한 뒤 60m 지점부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가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슬기가 먼저 따라잡기 시작하더니 정다래까지 막판 스퍼트를 펼쳤고, 80-90m 지점에서는 거의 동일 선상에서 역영이 펼쳐졌습니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관중들은 큰 함성으로 세 선수 모두에게 응원을 했습니다.

결국 최종 승자는 백수연이었습니다. 백수연은 1분 09초 90으로 들어왔고 정슬기는 이에 단 0.04초 모자란 1분 09초 94로 골인해 2위에 올랐습니다. 정다래는 부상 여파로 제대로 된 레이스 운영을 하지 못하며 1분 10초 25로 3위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한동안 기록이 나와 있는 전광판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아쉬워하는 정다래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희비는 엇갈렸지만 국가대표 선수들답게 세 선수 모두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고 수준 높은 경기에 많은 팬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9일 열린 여자 평영 200m에서도 세 선수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100m 결과 그대로 백수연이 1위, 정슬기가 2위, 정다래가 3위를 차지해 경기를 마쳤습니다. 지난해에는 정다래가 100, 2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 2관왕에 올랐던 반면 올해 전국체전에서는 백수연이 2관왕을 차지해 다른 결과를 낳았습니다. 세계선수권 이후 부쩍 자신감이 높아진 백수연, 부상 여파로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정슬기의 희비가 엇갈린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열릴 대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또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경쟁 체제가 각 선수들의 경기력, 경쟁력을 높이고 그 덕에 내년에 열릴 런던올림픽에서 상상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펼친 세 선수 덕분에 수영 경영 종목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고, 더 나아가서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로서 한국 수영의 미래를 밝힐 주역들이 펼친 선의의 경쟁에 흐뭇함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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