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낸 것과 관련해 되레 국론 분열이 걱정되는 모양새다. 한겨레는 두 전직 대통령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으며, 박 전 대통령 대법원판결이 남은 상황에서 사면론이 나오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정작 지금 반성이 필요한 사람들은 선거 공작과 국정 조작 불법을 저지른 정권 사람들”이라며 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 “적절한 시기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드리겠다”고 말했다. 주요 이유는 ‘국민통합’이다. 이 대표는 “사회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겠다. 최선을 다해 '전진'과 '통합'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면을 둘러싸고 ‘국민통합’이라는 목적과 달리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후 여권에서 반발이 일었고 이 대표는 3일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며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4일 사설 <국민 동의 없는 ‘이·박 사면’ 논의, 더는 없어야>에서 “이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으로 국민통합 이미지를 선점하고,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길 기대했을 것”이라며 “섣부른 사면론으로 민심을 얻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국민이 반길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건 이 대표가 오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두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한 적이 없다는 걸 아는 다수 국민은 공학적 사면론에 되레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촛불민심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촛불민심 배반론’을 제기하고,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적반하장 식 행태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문 대통령이 나서 당당히 국민을 설득하는 게 정석이다. 이 대표는 소모적 논란을 불러올 ‘사면 바람 잡기’보다 시급한 현안 해결에 집중하고 그 성과로 민심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코로나19 대응, 경제난 해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여당 대표이자 정치지도자로 해야 할 일이 산적했다”며 “공학적 계산을 앞세워 허투루 에너지를 소모하고 국론을 분열시킨다면 민주당원은 물론 국민으로부터도 외면당할 수 있다는 걸 이 대표는 똑바로 인식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사설 <국민 동의 없는 ‘이·박 사면’ 논의, 더는 없어야>

조선일보는 4일 사설 <제동 걸린 전 대통령 사면, 드러난 친문 본색>을 통해 현 정권과 여당을 공격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전 대통령들에게 반성하라는 것은 사면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며 “지금 반성이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선거 공작과 국정 조작 불법을 저지른 정권 사람들 아닌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박 전 대통령의 수감 기간은 현재 3년 10개월로 역대 최장”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이미 형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면 요건이 성립되는 것”이라며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면 사면은 어려워질 수 있다. 소수 지지층의 눈치만 보면 정치의 정상화는 요원해진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 <제동 걸린 전 대통령 사면, 드러난 친문 본색>

중앙일보는 사설 <전직 대통령 사면, 대승적 결단을>에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중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수감된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격이 걸린 일이다. 둘 다 고령인 데다 건강이 썩 좋지 않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법적 안정성 차원에서 대통령 사면권이 신중하게 행사돼야 하는 게 기본적으로 맞다”며 “다만 두 전직 대통령이 만기를 다 채워야 한다거나 다 채울 것이라고 보는 이가 드문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사면한다고 잘못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결국 남은 문제는 문 대통령이 사면하느냐 마느냐, 한다면 언제 하느냐”라며 “역대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비판했던 문 대통령은 집권 후 노동계·시민사회단체 등 자신과 가까운 진영 인사들 위주로 사면해 ‘코드 사면’ 비판을 받곤 했다. 이번엔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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