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표 부천시장의 '골프외유' 등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왔던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가 부천시 일부 출입기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천시 출입기자들은 양 기자가 자신들에게 '똥물'을 퍼부었다고 주장, 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현재 시대일보 민모 기자 외 6명은 17일 양주승 기자를 고소했으며, 양주승 기자 역시 집단 구타 등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맞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오후 2시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총선 부천시민연대 출범 기자회견에서 벌어졌다. 양주승 기자는 당시 시민연대 쪽에 "이번 총선기간 동안 편파·불공정 보도를 한 신문들에 대해 미디어 비평을 할 거냐"고 물었고 이 질문에 반발하는 일부 지역신문 기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와중에 양주승 기자는 미리 준비해왔던 똥물을 퍼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 부천지역 인터넷 언론 부천타임즈(http://www.bucheontimes.com)
사건을 지켜본 김범룡 총선 부천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양 기자가 질의를 하자 일부 기자들이 '뭐 그런 질문을 하냐'며 반발해, 양 기자의 멱살을 잡고 브리핑룸의 한쪽 구석으로 몰아갔다. 그 과정에서 양 기자는 가방에서 똥물이 든 통을 꺼내 그들에게 쏟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기자회견장의 갈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지만 원인은 홍건표 부천시장의 골프외유를 비롯한 각종 비리의혹 논란과 맞물려 있다. 홍 시장은 지난 2월 13일부터 17일까지 관내 대형 업체 사장들과 버마에 골프여행을 다녀와 국가청렴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며 이후로도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양주승 기자는 부천타임즈를 통해 홍 시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써왔다.

양주승 기자는 2월25일자 시론 <홍시장 골프입문 1년만에 90타 "늦게 배운 골프가 악재로 둔갑">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인과는 각별히 거리를 둬야 하는데도 홍시장이 함께 골프를 간 자체가 '기업과의 유착' 또는 '특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죄가 있든 없든, 능력이 있든 없든 돈과 권력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금전만능주의 시대의 부산물"이라고 비판했다.

▲ 양주승 기자가 쓴, 홍건표 부천시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2월 25일자)
양주승 기자는 또 3월 5일자 <특혜의혹 논란속에 "홍 시장은 리첸시아 홍보맨?>에서 "부천 리첸시아 중동 66층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시행사인 ㈜HJ라이프C&D의 사업추진 과정에 수억원대의 로비자금이 뿌려지고 이 회사의 주요 임원진(부사장·감사·회계책임자 등)에 홍 시장 측근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홍 시장은 각종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리첸시아에 대한 직·간접적 홍보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부천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평소 부천시청 기자단 내에서 홍 시장의 골프 외유를 보도하지 않은 기자들과 보도한 기자들 사이에 내부 갈등이 있었는데 일련의 과정에서 이번 '똥물 사건'이 터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양주승 기자는 "부천타임즈에 윤병국 의원의 칼럼 '해바라기 언론'을 게재한 것에 대해 시대일보 박모 기자가 17일 아침부터 전화해 항의했다. '양주승 잡아와'라는 말도 들었다"며 "오후 기자회견에서 충돌이 있을지 몰라 똥물을 가져왔다. 똥물을 뿌리는 것이 적절한 방법은 아니었을지라도 많은 시민들의 주목을 끌어 지역의 '폭력적인 깍두기 언론들'을 고발하고 싶었다"고 '똥물 세례'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똥물 세례'를 받은 민모 기자는 "양주승 기자가 총선시민연대 출범 기자회견에서 한 질문은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며 "당시 사람들이 60여명도 넘게 있는 곳에서 어떻게 우리가 양주승 기자를 집단 구타를 했겠느냐. 똥물을 맞은 우리가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민 기자는 "홍건표 시장의 '리첸시아 특혜의혹'도 검찰이 내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특별하게 비리가 발견된 것도 아니다. 감정적인 대립으로 기사를 써선 안된다"며 "솔직히 리첸시아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부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데 계속 비판해서 못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 기자는 홍 시장의 골프 외유에 대해서도 "홍 시장은 휴가차 놀러간 게 아니다. 버마에 갈 때 골프 가방도 안 가지고 갔다"며 "본인(홍 시장)이 아니라고 하는데 왜 자꾸 감정적으로 비판하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시장의 골프 외유와 언론 길들이기를 비판해왔던 윤병국 부천시의원은 "그동안 양주승 기자는 해바라기처럼 시장만을 쳐다보고, 옹호하는 기사들을 써온 부천시청 기자단의 문제를 지적해왔다"며 "일부 언론들의 시장에 대한 충성이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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