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많은 사람들에게 환호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 여운이 오래 남기도 합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 결코 사전에 짜인 것 없이 순수한 실력만으로 경쟁하여 승부를 가리고 그에 따라 갈리는 희비 때문입니다. 한 경기를 위해 긴 시간 동안 땀방울과 눈물을 쏟아낸 선수들의 열정은 최고 그 자체입니다.

한국 최고 스포츠 종합대회인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이 같은 환호와 감동을 선사했던 경기는 많았습니다. 때로는 인간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때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수많은 선수들이 써낸 드라마는 올림픽 못지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영화화되거나 매체 등을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킹콩을 들다>를 통해 재조명됐던 전남 순창고 역도부의 전국체전 쾌거는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역도의 ‘역’자도 잘 모르던 시골소녀들이 숱한 노력 끝에 2000년 제81회 부산 전국체전에서 이뤄낸 14개 금메달은 지금까지 전국체전의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힘, 선수들 간의 끈끈한 정이 이뤄낸 쾌거는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체전 사상 첫 단체팀 종합 MVP(최우수선수) 수상이라는 위업도 달성했습니다. 이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불게 된 역도 붐을 타고 영화화돼 재조명받았습니다.

▲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전국체전에 출전, 당당히 경쟁한 수영 김진호
장애우가 일반 선수들과 겨뤄 감동적인 경쟁을 벌인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울산 전국체전에서는 ‘수영 말아톤’으로 잘 알려진 지적장애우 김진호 선수가 수영 배영 100, 200m에 출전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미 장애우 수영에서는 최고 실력을 자랑한 김진호였기에 그가 벌일 감동의 레이스는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아쉽게 전체 16명 가운데 14위에 머물러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한 그에게 사람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후에도 지난 2009년에 접영 50m에서 발달장애우 선수 정양묵이 출전해 역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은 도전임에도 벽을 넘어서기 위해 과감히 도전한 이들의 용기 있는 정신은 전국체전을 더욱 빛낸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부상 투혼을 발휘해 기어이 메달을 따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느끼게 합니다. 지난 2000년 제81회 전국체전에 나선 ‘주부 역사(力士)’ 최명식은 경기 도중 오른팔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여자 58kg급에서 인상, 용상, 합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2003년 제84회 전국체전 남자 마라톤에서는 다리에 쥐가 나 레이스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등번호 옷핀을 떼어 허벅지를 찔러가며 레이스를 펼쳐 1위를 차지한 임진수 선수의 투혼 레이스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경기 도중 뛰기 어려운 상황, 심지어 대회 출전 자체가 불분명한 상황임에도 개인의 영광, 쾌거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정점에 달합니다.

비체육인이 전국체전에 나서 색다른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8년 전남에서 열린 제89회 전국체전에서 에어로빅 동호인 부문에 출전했던 MBC ‘무한도전 팀’이 혹독한 훈련 끝에 고난도의 연기를 선보이며 은메달을 획득,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수백 명이 보는 앞에서 난생 처음 하는 에어로빅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음에도 무한도전 팀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전국체전 은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지난 6일 개막한 제92회 전국체육대회 첫날에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은 투혼을 발휘한 ‘살인 미소 역사’ 이배영이 인상 동메달, 용상 합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선수 은퇴를 한 것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후배들과 기량을 겨뤄 최선을 다한 이배영 선수에게 많은 사람들은 큰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전국체전에서도 이 같은 감동 스토리는 많은 스포츠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한국 스포츠의 영원한 희망으로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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