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윤석민의 1실점 완투와 차일목의 만루 홈런에 힘입어 SK에 완승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8회말까지는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접전이었습니다.

경기 양상이 접전으로 흘러간 것은 윤석민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기아 타선이 많은 기회를 무산시켰기 때문입니다. 우선 1회초와 3회초 두 번에 걸친 희생 번트 실패는 공격의 흐름은 번번이 차단했습니다. 1회초 선취 득점 실패는 1사 후 이범호의 좌익선상 2루타에 홈을 파던 1루 주자 김선빈이 홈 플레이트의 위치를 착각하고 포수 정상호 쪽으로 슬라이딩하는 잘못에 기인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무사 1루에서 김선빈이 희생 번트를 성공시켜 1루 주자 이용규를 2루에 안착시켰다면 기아는 이범호의 2루타로 손쉽게 선취 득점하며 1회초부터 경기 흐름을 잡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김선빈은 1회초 희생 번트 실패와 주루 실수 2개의 잘못을 범한 셈입니다.

▲ 9회초 2사 주자만루 상황에서 KIA 차일목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3회초 김선빈이 실수를 만회하는 희생 플라이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지만 따지고 보면 SK 수비진이 2개의 잘못을 범했습니다. 우선 선두 타자 차일목의 어려운 땅볼 타구를 유격수 박진만이 포구에 성공한 것은 호수비였습니다. 하지만 1루에 악송구하는 바람에 차일목이 출루하게 되었는데 기록상으로는 안타였으나 차일목의 느린 발을 감안하면 박진만이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했다는 점에서 실책과 다름없었습니다. 이어 1사 1, 2루에서 김광현의 폭투로 2, 3루가 되며 적시타가 아닌 희생타로도 기아가 득점할 수 있도록 바뀌었는데 정상호의 블로킹이 아쉬웠습니다. 결국 2개의 실책성 수비가 결승점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9회초 차일목의 만루 홈런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SK의 수비는 아쉬웠습니다. 무사 1루에서 나지완의 강습 타구를 3루수 최정이 포구하지 못해 타구가 유격수 쪽으로 빠지며 무사 1, 2루가 되었는데 나지완의 느린 발을 감안하면 최정이 자신의 앞에 타구를 떨어뜨리기만 해도 충분히 타자 주자는 아웃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SK의 가장 큰 장점인 물샐 틈 없는 수비가 오늘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고비마다 아쉬운 수비가 실점으로 직결되었습니다.

SK는 선발 김광현이 4.2이닝 1실점으로 예상 이상으로 호투했고 정대현과 정우람으로 이어지는 계투진도 나름대로 호투했습니다. 단 정우람이 9회초 선두 타자 이범호에 내준 볼넷은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만루 홈런을 허용한 마무리 엄정욱은 큰 불안을 남겼습니다. 애당초 마무리 경험이 올 시즌 후반기밖에 없기에 큰 경기인 포스트 시즌에서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었는데, 뒤지고 있는 상황에 등판하자마자 볼넷을 내준 뒤 만루 홈런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SK 이만수 감독 대행의 고민이 깊어질 듯합니다. 모든 팀이 계투진을 운용할 때 마무리 투수를 가장 먼저 상정하고 이후에 필승 계투진을 설정하기 마련인데 마무리 투수가 불안하다면 필승 계투진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2차전 이후에 SK가 박빙 상황에서 마무리로 엄정욱을 다시 기용할 수 있을지, 만일 엄정욱이 기용된다면 이만수 감독 대행의 기대에 부응하며 깔끔히 세이브를 따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습니다.

▲ 1회초 SK의 선발투수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연합뉴스
승리한 기아 역시 고민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무수한 기회를 잔루로 남긴 타선이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4회초 무사 1, 2루, 7회초 무사 1루, 9회초 1사 만루에서 적시타나 타점은커녕 진루타도 못 치며 병살타까지 기록한 최희섭을 과연 내일 선발 출장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최희섭을 대신해 경험이 풍부하며 상황에 따라 공을 맞히는 능력을 지닌 이종범이 선발 출장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내일 경기에는 최희섭을 대신해 이종범이 선발 출장할 수도 있습니다.

두 개의 실책을 범한 안치홍도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안치홍은 6회말과 9회말 땅볼 타구를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을 범했는데 윤석민이 후속 타자를 처리했기에 다행이지 자칫 실점의 빌미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한 번 실책을 범한 내야수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실책을 반복해서 범하는 일이 없지 않은데 과연 내일 경기에서는 안치홍이 마음가짐을 가다듬어 안정된 수비 능력을 되찾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내일 2차전에는 SK 송은범과 기아 로페즈가 선발 예고되었습니다. 송은범이 오늘 김광현과 마찬가지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다는 점이 SK의 불안 요인이며 기아는 고질적인 약점인 불펜의 투구 이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로페즈가 얼마나 긴 이닝을 소화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리그 에이스 윤석민의 선발 등판으로 인해 투수전의 양상으로 흘렀지만 2차전은 타격전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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