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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로드’ 2부- 수학공부에 등산? 코로나가 변화시킨 일상, 언택트의 미래는?[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12.28 14:05

[미디어스=이정희] 2020년을 되돌아보는 [tvN Shift] '트렌드 로드' 2회가 27일 방영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생활이 이어진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과연 트렌드도 언택트하게 바뀌었을까? 서로가 소원해지는 시간, 사람들은 무엇으로 그 틈을 메꾸며 살아왔을까? 1회에 이어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교수와 MZ세대 대표 셀럽 에릭남이 참여하여 2020년의 트렌드를 살펴본다. 

공간에 대한 열망을 키우다 

코로나 시대, 이제 집은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니다. 수업을 듣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등 기능이 '다층적'으로 증가했다. 이른바 '레이어드한 룸'이라는 공간의 새로운 기능이 주목받게 된 시기이다.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트렌드 로드 2부 ‘Life goes on’ 편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공연장을 들르던 동선이 줄었다. 1주일 동안 누리던 공간이 1/5 정도 줄어든 셈인데, 이를 사람들은 마치 자기 자신이 1/5 줄어든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진단한다. 이렇게 공간의 축소는 '코로나 블루'와 같은 현상을 낳으며 사람들이 공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는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바깥세상이 위험해진 만큼 내 공간에 대한 열망은 외려 커졌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필요에 따라 모듈을 사용하여 천장에서 필요한 가구를 올리고 내리는, 공간의 적극적 창조가 새로운 공간 디자인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비싼 집은 언감생심, 꿩 대신 닭이라고 ‘차’라도? 차 소비가 늘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단절되었다지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자 하는 열망은 잦아들지 않았다. 그러한 사람들의 본능적인 속성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남의 집 프로젝트'이다. 

온라인을 통해 취향을 공유한 사람들이 ‘집들이’처럼 남의 집을 방문하는 모임이다. 한 달에 한두 번, '남의 집'으로 코로나 시대 불가능해진 여행을 떠난다. 이 잠시 동안의 방문이 뭐라고, 그 전날 잠을 못 자고 설레기도 한단다. 가드닝 한 정원에서 소풍과 같은 시간, 그램책을 통해 낯선 이와 속마음을 터놓고 위로를 나누는 시간. 이러한 취향을 매개로 한 내밀한 교류는 언택트가 트렌드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여전히 ‘관계’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증명한다. 

나를 증명하는 시간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트렌드 로드 2부 ‘Life goes on’ 편

사회적 접촉이 한층 줄어든 시간,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이에 대해 김난도 교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자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받아왔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를 증명해줄 타자가 없는 상황, MBTI처럼 자기 정체성을 증명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계룡선녀전>의 웹툰 작가 장혜원 씨는 색다른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수학'이다. 장혜원 씨가 참여하는 수학 공부 모임, 참가자들은 이 수학 공부의 포인트는 바로 시험을 안 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다는 희열보다는 수치를 통해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이라고 한다. 

이들만이 아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수학 관련 서적이 39.8%나 증가했다. 지난 5년 사이 처음 있는 일이다. 수학에 대한 수요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알 수 없는 세상, 수학처럼 정답이 있고 노력을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쾌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그에 더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수학처럼 몰두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견인해내고자 한다고 김난도 교수는 해석한다.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이자 도구로서의 수학이다.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트렌드 로드 2부 ‘Life goes on’ 편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산'을 택한 사람도 있다. 미대에 들어간 김강은 씨는 졸업 무렵 그림으로 먹고사는 게 쉽지 않다는 장벽에 봉착했다. 코로나로 인해 활동마저 제한됐다. 여행을 갈 수도 없고, 여력도 없던 시절 무작정 동네 앞산을 올랐다. 

숨이 차 올랐지만 산봉우리에 오르니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생생하게 '확인'받았다. 그때부터 강은 씨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오른 산을 그렸다. 산을 통해 느낀 삶의 즐거움을 그림으로 표현했고, 그런 그녀의 그림은 SNS를 통해 인기를 끌었다. 

강은 씨만이 아니다. 코로나 시대 등산 인구가 늘었다. 그중 20대는 87%나 증가했다. 등린이, 산린이와 같은 신조어가 탄생했고, 산과 관련된 해시태그가 280만 개에 이를 정도로 MZ세대에게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산에 오르고 수학 공부를 하며 자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젊은이들. 그들이 견뎌야 하는 시절은 혹독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젊은이들에게서 기회를 앗아갔다. 해고와 직업난, 직업 훈련의 기회라는 3중고가 젊은 세대에게 얹혀졌다. 부모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얻었다.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트렌드 로드 2부 ‘Life goes on’ 편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한때는 잘나갔던 LA의 UX-UI 디자이너(앱과 웹을 구성하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 크리스 준은 6개월째 실직 중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 실업률이 폭등하며 2차 대전 이후 최고의 실업사태를 낳았다. 그중 밀레니얼 세대가 500만 명에 달한다. 유럽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프랑스에서는 전체 청년 중 1/4이 구직 중이다.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시간제나 임시직인 경우가 많다. 어느 나라라 할 것 없이 코로나로 MZ세대는 기회마저 얻기가 쉽지 않다. 

인류 전체의 시련기이다. 이제 해가 바뀌면 2021년, 우리의 삶은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희망을 엿보기 쉽지 않은 시간, 그래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 길고 긴 터널의 끝을 기원해본다.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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